가짜뉴스가 담긴 ‘정치 유튜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력한 제재와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는 ‘[속보] 이준석 조국 딸 조민 11월 결혼, 난리났네요’라는 쇼츠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자막에는 “(이 전 대표가) ‘조민을 사랑하는 내 감정 숨길 수 없다’고 밝히며 조민과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올해 11월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초호화 결혼식을 올린다는 기가 막힌 속보다”, “조민이 임신 8개월이다” 등의 자극적인 문구가 등장한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뿐 아니다. ‘박근혜와 결혼하는 유영하 변호사, 난리났네요’, ‘[속보] 유승민 친딸 유담 이준석 결혼!! 실제 상황’ 등 제목의 쇼츠 영상도 게재됐다. 영상에는 “박근혜 임신, 유영하 결혼”, “마침내 박근혜 (전 대통령) 곁을 묵묵히 지킨 유영하(변호사가) 열애 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이어 연달아 결혼식을 펼친다는 기가 막힌 속보가 전해졌다”, “정치인 이준석과 유승민의 친딸 유담의 결혼식이 오늘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펼쳐진다” 등의 자막이 나온다. 가수 아이유가 축가를 부른다는 거짓 정보도 게재됐다. 전 세계인들이 열람 가능한 유튜브에서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댓글 창에는 가짜 뉴스를 판별하지 못한 시민들이 다수 포착됐다. “일흔 넘으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신까지 하셨다니 믿기지 않는다. 축하한다”, “유영하 변호사도 미혼인 것을 (처음 알았다)”, “행복하게 살라” 등의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국내에서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허위정보 우려 상승 및 유튜브 뉴스 이용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10일부터 2월20일까지 전세계 주요국들의 디지털 뉴스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전세계 9만3895명, 한국 2003명)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는 한국인 응답자가 전체 응답의 53%로 나타났다.
유튜버는 이익 창출을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하고, 구독자는 이를 반복적으로 접하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진실로 믿는다. 유튜브 세계는 제도권 언론과 다르다.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을 통해 거짓 정보를 구분해주는 ‘게이트 키핑’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빠른 속도로 곳곳에 전파된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유튜브 등 인터넷 개인방송을 언론이 아닌 ‘정보통신’ 콘텐츠로 취급한다.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언론중재법이나 방송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는 방법만 가능하다. 하지만 판결을 받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시간 투입도 막대하다. 2020년 7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유튜버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유튜브 측은 허위 정보·비방 등이 담긴 영상에 대해 수익 창출 제한·계정 차단 등의 방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은 공개돼 있지 않다. 채널명을 바꿔가며 활동하는 요령을 막기에도 역부족이다.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가짜뉴스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심화하는 등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외는 어떨까. 독일은 유럽지역에서 가장 먼저 가짜뉴스·허위정보에 대한 법적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2015년부터 관련 태스크 포스팀을 운영했고, 2018년 1월부터 ‘네트워크 집행법(NetzDG)’을 적용 중이다. ‘네트워크 집행법’에서는 허위정보를 비롯하여 혐오발언, 모욕, 아동 포르노, 나치 범죄 부정 등 독일 형법상 범죄가 되는 콘텐츠를 플랫폼사업자가 삭제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유럽연합의 경우, 2018년부터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차원의 자율규제 방안을 수립했다.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강령을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유럽집행위원회는 2020년부터 디지털 플랫폼사업자에게 온라인상의 불법 콘텐츠 삭제, 이용자의 기본권 보호를 강제하는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_DSA)’도 제안했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2024년 2월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구글·유튜브·페이스북과 거대 글로벌 플랫폼들에게는 오는 8월25일부터 적용 예정이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적 견해나 의견 표명 등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증명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처벌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유튜브가 자체 심의를 강화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플랫폼 이익을 공유하는 만큼 책임도 공유해야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