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바람 맞으며 고요 속 댄스… “파워 E 다 모여!” [가봤더니]

한강 바람 맞으며 고요 속 댄스… “파워 E 다 모여!”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8-14 06:00:20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시민들이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한강 바람 맞으면서 춤추는 기분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밌어요”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든다. 두 발로는 스텝을 밟는다. 음악 소리보다 발맞추는 소리가 더 크다. 한강공원 한복판에서 조용히 음악에 몸을 맡긴 수백명의 시민들. 13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마포대교 아래에서 열린 ‘사일런트 디스코 한강 무소음DJ파티’ 현장이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2023 한강페스티벌 – 여름’ 프로그램 중 하나로, 무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이 파티는 ‘사일런트 디스코’로도 불린다.

현장에서 8000원을 내면 무선 헤드폰을 대여할 수 있다. 총 300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시작과 동시에 대기 줄이 생겼다. 줄을 서다 만난 김모(50대)씨는 길을 가던 중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줄에 합류했다. 김씨는 “헤드셋에서만 노래가 나온다니 너무 신기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대여 중인 헤드폰.   사진=이예솔 기자

5세부터 70대까지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40대 부부는 이날이 두 번째 방문이다. 아내 이모씨는 “전날 현장 접수에 실패해서 오늘 다시 왔다”며 “평소 남편이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 신나 보여서 오늘 다시 왔다”고 말했다.

고시언(71·남)씨는 “헤드셋은 어디서 받는 거냐”고 물으며 “오늘 처음 방문했는데 신기하다”고 말했다. 헤드셋을 건네받은 고씨는 “흥이 난다”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이날 아내와 함께 파티장에 온 강모(70대)씨는 “원래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며 “앞으로 언제 또 이 행사를 하냐.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물었다. 아내 김모(60대)씨도 “신기하다”면서 웃음 지었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많았다. 러시아에서 온 크세니아(25·여)씨는 “처음에는 상상이 잘 안 갔다. 고향에서는 이런 행사를 접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부끄럽다”며 “사람이 더 많아지고 어두워지면 나가서 춤출 것”이라 말했다. 함께 온 스베따(27·여)씨는 고향에서 DJ를 했다. 그녀는 “노래도 맘에 들고, DJ도 잘 진행한다”고 말했다. 헤드폰에선 가요, EDM,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한강 무소음 DJ 파티에서 시민들이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한강공원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묘한 광경에 이목을 집중했다. 고요 속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러닝을 하던 한 시민은 “이런 행사가 있는 줄 알았으면 나도 참여했을 것”이라며 “헤드폰을 끼지 않았지만, 함께 춤추고 싶다”고 말했다. 파티가 열리는 행사장 옆으로 운동을 하거나 나들이를 나온 많은 시민이 오갔다.

오후 7시에 시작한 파티는 오후 10시까지 진행됐다. 처음엔 쭈뼛거리며 수줍어하던 참가자들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댄스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행사 관계자는 “시작부터 대기 줄이 생겼고, 전날도 사람이 많이 왔다”라며 “한강 페스티벌 기간 동안만 진행하는 행사지만, 반응이 좋아서 뚝섬 쪽에서 또 행사가 열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5일과 12일, 이날까지 총 세 차례 진행됐다. 12일 행사엔 약 500명이 사전 예약한 뒤 방문했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한강공원에서 무더위를 날릴 여러 행사들이 진행된다. 오는 19~20일엔 오후 6시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한강 열대야페스티벌’이 열린다. 오후 8~10시엔 ‘한강물빛영화관’을 만날 수 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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