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남호 전북연구원장, 취임 2개월 인터뷰

[인터뷰]이남호 전북연구원장, 취임 2개월 인터뷰

"전북특별자치도 특례 최대한 활용해 현안 해결해야"
"지역 소멸 문제도 유학생 특례 발굴로 해결할 수 있어"

기사승인 2023-08-21 09:24:36


지난 6월 26일 전북연구원 제9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남호 원장(64)을 인터뷰했다. 전 전북대 총장 출신이 전북연구원장에 취임하면서 도민들은 의문과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왜 더 낮은 직급의 자리로 이동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어떤 발전 전략을 제시해 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어느 정도 업무를 파악했을 취임 2개월이 다가오는 시점에 이남호 원장에게 직접 궁금한 내용을 질문했다./편집자주 

◆ 취임 2개월이 다가오는데,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개인적으로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 자리가 중요한 자리라는 느낌도 들었고, 저하고 잘 어울린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대학총장은 장관급 대우인데, 급수를 낮춰 지원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합니다. 특히 전북대학교 식구들은 '총장님이 그렇게 낮춰서 가니까 우리 위상도 낮아지게 생겼다'고 말하기도 하고, 저를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또 '연구원 내부에 파벌이 있는데, 정치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전해 들었고, '전북연구원이 뭐 하는 곳이냐?'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잘 왔다는 말은 전북연구원장의 위치가 '전북대학교 총장으로서의 역할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의미로 말씀드린 것이고, 또 하나는 밖에서 보는 그런 부정적인 면이 존재하는 건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연구원은 나름대로 잘 정리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동안 연구 커리어가 있는 원장이 드물었는데, 그런 점에서 제가 잘 왔다는 느낌이 든 것입니다. 제가 대학에서 연구자로, 또 연구 부서장으로 한 4년 근무했는데요, 그런 경험을 살린다면 나름 전북연구원의 존재감도 키울 수 있을 것 같고, 또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기관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전북연구원이 전북의 싱크탱크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항들이 있을 텐데요?

우선 올해 당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전북 특별자치도 관련 발굴 과제가 있습니다. 특별자치도 법이 통과되면서 1년 뒤인 내년 1월 18일 유예기간을 가지고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합니다. 그런데 법이 통과할 때는 거의 외형만 갖추고 있었지 구체적으로 특별자치도를 위해 담긴 내용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전북연구원은 준비기간 1년 동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별자치도 내용이라고 하면 특례를 담는 것인데, 현재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특별하게 예외를 인정해서 우리 전북특별자치도에 이양을 해 달라는 것입니다. 

전라북도 특별자치도가 발전해 가기 위해 중앙정부 권한을 우리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해 달라고 발굴한 게 현재 230여 개이고, 이 중  150여 개를 우리 전북연구원이 주가 돼서 발굴했습니다. 하지만 이 특례를 가지고 중앙정부하고 협상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중앙정부가 무조건 다 특례를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중앙정부는 또 여러 가지 잣대를 들이대서 까다롭게 방어하고 있는데, 전북연구원이 논리를 개발해서 그 중 약 50개를 특별히 추렸습니다. 이것만큼은 반드시 이관해 달라는 게 50개 정도의 핵심 특례입니다. 꼭 특례에 반영시켜야 할 내용의 논리를 전북연구원이 개발하면, 전라북도와 정치권이 협력해서 정부 개정안에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는 등 연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례 발굴이 올해의 핵심 과제인 셈입니다.

두 번째는 2차 전지 특화단지 선정입니다. 이것도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고, 3~4년 전부터 여러 가지 전략을 짜면서 준비한 결과물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전문연구원이 싱크탱크로서 여러 가지 용역 보고서를 통해 장단점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겁니다. 전라북도에서 하는 일 대부분의 근거와 자료는 실제 연구원에서 만들어집니다. 도민들이 봤을 때는 전라북도의 행정만 보이겠지만, 대부분 행정의 타당성 근거는 전북연구원이 제시하는 것이죠. 실적이 겉으로 들어나지 않아도 전북연구원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결과 보고서나 정책 보고서를 제출한 후 연구원의 성과 평가가 이뤄지는데, 보고서가 어떻게 반영되고 진행되는지에 대한 평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정책이 진행되는 과정까지도 평가 대상으로 놓고 성과가 확산되는 과정까지를 평가 주요 고려 대상으로 삼을 예정입니다. 좋은 연구 보고서는 좋은 정책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전북연구원이 전라북도가 발주하는 과제만 용역을 하다 보니까 정치권에 예속된다, 연구원이 독자적으로 전북 발전을 위해 개발하는 정책이 무엇이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표현을 그렇게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전라북도와의 독립성을 요구하시는데, 저는 그 표현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전북연구원이라는 존재는 전라북도 및 14개 시군의 발전에 관한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그러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북도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표현은 연구원이 전북도가 던져준 과제를 해결하느라 바쁜 것이냐, 아니면 연구원이 전북도에 먼저 정책을 제시하느냐의 차이로 보입니다. 연구원이 선제적으로 전북도에 다양한 정책을 줘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실제 와서 보니까 전북도에서 요구하는 과제가 90% 정도고, 연구원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과제가 약 10% 정도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90%의 과제도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전북도의 현안 과제이자 도민에게 즉시 필요한 과제가 대부분이니까요. 한편으로는 연구원 자체 과제를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전략과제에 손을 댈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연구원이 선도하는 과제를 앞으로는 약 30%까지 확대하는 구조를 짜고 있습니다. 급한 불을 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10년 후에 전라북도가 먹고 살아야 할 사업도 중요하기에 내린 결정입니다. 그래서 미래전략 과제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연구센터를 만들고 전담 조직을 구성하려 합니다. 그곳에서 매년 5가지 정도의 중장기 미래 과제를 수행한다면, 4년 후 20가지 정도의 먹거리 사업이 마련되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미리 준비한다면, 미래에 경제 변동성이 심하더라도 우리가 상황에 맞는 연구 결과를 뽑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쉽게 얘기하자면, 기관장과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도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결국은 경제나 인구 소멸이 가장 큰 고민거리인데, 연구원에서는 어떤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인구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단 사람이 있어야 일할 사람도 있는 거고 또 소비할 사람도 생깁니다. 경제의 주요 주체인 인구가 소멸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전라북도 역시 14개 시군 중 11개 시군이 행안부가 이야기하는 소멸 위험 지역 또는 소멸 관심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우선 김관영 도지사님의 관심 사항이기도 해서 전북연구원은 청년인구 연구지원센터를 신설 합니다. 인구문제 중에서도 청년인구가 중요한 대상입니다. 이 문제를 다루는 연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출산 장려 등 여러 가지 정책들도 분석해서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되겠지만,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별 효과가 없는 정책들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느낀 상황입니다.

청년 인구가 수도권에서는 지금 과밀상태입니다. 지방의 청년들이 대거 유출되기 때문입니다. 전라북도만 해도 2022년 기준 수도권으로 약 8천 명이 유출됐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대부분 교육하고 일자리 때문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에 가면 사람이 있고, 사람이 있으니까 일자리가 생기는데, 지방에는 기업이 오려고 해도 능력을 갖춘 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청년 인구가 중요합니다. 저는 청년인구 과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대학의 기능을 택했습니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공급하고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넘어 인구 댐으로서의 역할도 합니다. 대학은 초중고를 졸업한 학생들을 대학에 담아서 잘 키운 후, 하류로 내려 보냅니다. 그런데 지금 상류에서 들어오는 자원이 없습니다. 초중고생이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줄고 있는 초중고생들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한 것입니다. 전북대학교를 예로 들면 한 해 입학생이 4,300명 정도 되는데, 1차 합격자가 다 수도권으로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2차 합격자를 모집해 놓아도 그 중 일부가 수도권으로 향합니다. 모든 지방대학들이 같은 처지입니다. 때문에 지방에 청년인구 공동화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수도권으로 간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도 않습니다. 지역에 일자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인재가 필요한 기업도 오지 않습니다.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지역 명문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지역 대학들이 역으로 수도권 청년들을 유입시키고, 부족하면 외국인 청년들을 끌어와야 합니다. 외국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지금 아프리카나 동남아에는 머리는 아주 좋은데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젊은 청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유학생들을 많이 데리고 와야 합니다. 그리고 외국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이민 제도나 취업 비자 제도를 특례로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유학생의 가족이랄지 부모한테 취업 비자를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유학생이 도내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 학생 부모에게는 취업 비자를 주면 됩니다. 부모가 전북에서 일하는 동안에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사람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생기게 됩니다. 또 유학생이 졸업하면 몇 년 이상 전북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옵션을 정합니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전북 지역에 외국인들이 정주하게끔 만들면, 전북에서의 결혼과 출생으로 이어져 인구가 늘고 고급 인재가 생기니 기업이 전북을 찾게 되고, 일자리가 생기니 청년인구가 전북을 찾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또한 김관영 지사님은 계절 근로자 제도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계절 근로자들은 8개월이 지나면 돌아가야 되는데, 이 때문에 이들이 전북에서의 이탈이 많습니다. 그런데 8개월 성실 근로자를 대상으로 3개월 교육 기간을 거쳐 약 5년간 일 할 수 있는 취업비자를 발급한다면, 이들은 전북에서 안정적으로 일 할 수 있게 됩니다. 고령화가 심한 농촌지역에서도 환영할만한 방법입니다.

요즘 '정주인구' 보다는 '관계인구'라는 표현을 씁니다. 지역에서 주로 생활하는 인구까지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유학생 가족들과 계절 근로자들이 전북에서 일하고 생활한다면 전북의 관계 인구는 200만 명을 넘길 수 있습니다. 인구 소멸도 막고,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인구는 생산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소비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관계인구가 경제의 큰 축이 되는 시대입니다. 

◆ 제3금융 중심지나 공공의대 문제도 전라북도의 주요 현안인데요, 연구원이 진행하는 과제는 무엇입니까?

저는 우리 연구원 박사들한테 꼭 주문하는 게 '정책 연구는 항상 b플랜을 같이 준비해 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책 연구에서 외통수로 a플랜 하나만 딱 이렇게 제시해줘서는 안 됩니다. a플랜, b플랜이 있어야 하고, a플랜의 장단점, b 플랜의 장단점을 제시해 줘야 합니다. 만약에 a플랜으로 진행하다가 일이 잘 안 됐을 때는 b플랜으로 갈 수 있도록 그 대안을 항상 같이 제시해 줘야 합니다. 그것이 살아있는 정책 연구입니다. 
지금 제3 금융중심지나 공공의대의 경우 어떻게 보면 플랜 하나만 가지고 주장하다 보니 중앙정부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옵니다. 중앙정부는 전라북도 한 군데만 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반대되는 논리들이 많습니다.  또 국가적으로 인력 수급 등 여건도 봐야 하고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라북도가 차선책 또는 b플랜 없이 정책을 추진하려다 보니 타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장 a플랜으로 가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면 우선 1단계까지 가는데 그것이 마지막 목표가 아니라는 것만 우리가 확실히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단계적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이후 다음 단계를 추진하면서 중앙정부에도 대안을 줘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줍니다. 그런 협의를 이어가다 보면 마지막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a플랜 하나로만 10년째 추진하니까 작은 진전도 없이 같은 말만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한테 한 말씀 해주세요.

전북연구원이 전라북도를 위해 일 한지 30년이 다 됐습니다. 또 내년에는 전라북도 특별자치도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전북연구원장을 맡게 되면서 여러 가지 책임감으로 어깨가 많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해야 될 일이 명확하게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좀 다행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전북연구원을 전라북도의 싱크탱크라고 합니다. 여행을 하려면 가슴의 열정과 실천하는 발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여행의 시작은 머리에서부터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싱크탱크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전북연구원은 일 하려 합니다. 도민들께서도 그런 점을 충분히 공감하셔서 많이 관심 갖고 응원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남호 원장은 남원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전북대 교수로 임용된 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북대 제17대 총장을 지냈다. 전북대 산학협력단장, 전북과학기술위원회 위원,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등의 경험도 쌓았다.

전주=황성조 기자 food2drink@kukinews.com
황성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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