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 문제없단 말, 정말 믿어도 되나요”

“日 오염수 방류 문제없단 말, 정말 믿어도 되나요”

기사승인 2023-08-24 06:00:20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야당들이 22일 dhgn 서울시청 동편 광장에서 오염수 해양 투기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는 긴급 항의행동 집회를 열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괜찮다고 하지만, 믿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 2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이르면 24일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방류와 관련해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SNS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누리꾼들이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X(엑스‧구 트위터)에는 ‘오염수 방류’ 관련 글 6만6000여건이 작성돼 실시간 트렌드로 올라왔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3만6000여건), 방류 결정(1만8000여건), 윤석열 탄핵(2400건) 등의 키워드로 글이 올라왔다.

시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안전을 가장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임정윤(37‧여‧직장인)씨는 “미디어를 통해 ‘방류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을 신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일본은 우리와 가까운 국가라 어떻게든 피해가 올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한 누리꾼은 SNS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당장 몇 달 뒤 눈에 영향이 보이지 않을 경우 (정부가) ‘이것 봐 괜찮아’라고 할 테지만, 장기적으로는 비로 내리고 땅에 스며들어 누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해산물 소비를 줄이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 지난 2021년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이후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수산물 안전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91.2%가 방류가 이뤄지면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임신부 박지연(32‧여)씨 역시 걱정이 크다. 박씨는 “한동안 전복이나 어패류는 먹기 힘들 것 같다”면서 “첫째 아이가 김과 미역을 좋아하지만, 당분간 수산물은 구매하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염수 관련 문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막연한 두려움이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불안 심리가 해초류 사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6월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발표한 이후 국내에선 ‘소금 품절’ 대란이 발생했다. 대형마트몰에서 3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던 청정원 천일염 가는 소금(500g)은 발표 후 온라인 쇼핑물에서 1만6000원대에 판매됐다. 임정윤씨도 곧 해조류를 사러 창고형 대형 매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임씨는 “아이들 반찬으로 생선을 먹여도 될지 걱정이 크다”라며 “당장 미역, 다시마, 김 등 해조류를 미리 사둬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야당들이 22일 오후 서울시청 동편 광장에서 오염수 해양 투기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는 긴급 항의행동 집회를 열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바다에 이어 육지까지 오염돼 결국 먹거리에 큰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SNS에 “오염수 방류는 해산물을 안 먹고 소금 사고 할 일이 아니다”라며 “토지도, 생수도 영향을 받는다. 결국 지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오염수 방류 시 당장 우리는 김치부터 못 만든다. 김치엔 소금, 젓갈(해산물)이 기본”이라는 의견도 냈다.

일본 어패류 수입은 이미 줄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일본 어패류 수입량은 2415톤으로 지난해 7월보다 4.6% 줄었다. 4월부터 벌써 넉 달 연속 감소세다. 일본 어패류 수입이 줄어든 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부터다. 당시 국내 일본 어패류 수입량은 5만954톤으로 전년보다 37.7% 급감했고, 4년 후엔 60% 줄었다. 어패류 수입량은 활어와 냉장·냉동 어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일본은 이르면 24일 오후 1시 해양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하겠다고 결정한 지 2년4개월 만이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약 12년 만이다.

제1원전 오염수 총량은 134만톤으로 이날 방류가 시작되면 앞으로 30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방사능 물질을 제거한 뒤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삼중수소는 이르면 4~5년 뒤 바다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국내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22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오염수 방류에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실제 방류가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해수와 수산물 방사능 검사 건수를 늘리는 등 보다 강화된 방사능 관리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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