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골든타임” vs “학습권 침해” 이견 팽팽

공교육 멈춤의 날, “골든타임” vs “학습권 침해” 이견 팽팽

기사승인 2023-08-25 06:00:09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현장 교사들이 지난달 학교에서 사망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다음달 4일 국회 앞에서 모인다. 교사들은 자발적 연가, 병가 등을 동원해 집단 연가를 내려 하지만, 일부 학교장과 교육감 등 반대 의견이 커 팽팽하게 대치하는 상황이다.

24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전국 현장 교사들은 9월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했다.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날로, 전국 교사들의 개별 참여 의사가 모여 집단으로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다.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 등에 따르면 공교육 멈춤의 날 지정과 재량휴업이나 집단 연가 사용을 통해 우회적인 파업을 하자는 서명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교사 7만3812명 교장 360명, 교감 238명 등이 동참했다. 재량휴업일을 확정했다고 응답한 학교도 360개교에 이른다.

“공교육 멈춤의 날, 교사만이 아닌 모두의 일”

교사들은 이번 행동이 공교육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한다.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를 지지하는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는 교사만의 일이 아닌 모두의 안전한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한 일”이라며 “교육활동 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이 한마음이 돼서 지지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청한 교사 A씨도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방치되지 않도록 방법을 고안해 불편함을 최소한 하겠다”라며 “아이들의 안전한 교육권을 위해 꼭 필요한 발걸음”이라 말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는 학교도 있다. 경기 한 초등학교 교장 B씨는 “일부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을 지켜주고, 공교육을 멈추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단축수업 등 우회를 통해 조퇴를 돕고 있다”라며 “선생님들이 집회에 참석할 것을 알면서도 방조를 넘어 적극 협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등교사 C씨도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라며 “학교장의 지지 덕분에 8명의 선생님과 참가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의미로 자진 결석, 현장체험학습을 사용하겠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한 육아카페에는 공교육 멈춤의 날 함께 힘을 합치자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자발적 참여를 통해 아이에게 제대로 된 가치관을 전달하려 한다”라며 “함께 참여해 선생님들에게 힘을 드리자”라고 제안했다. 이에 11명의 학부모 또한 댓글로 “지지하는 뜻으로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했다”라는 뜻을 밝혔다.

9월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는 서명 운동과 재량휴업 지정교 현황 실시간 집계 화면. 인디스쿨 캡처  

“교사들의 수업 중단, 정당화될 수 없어”

반면 교육부와 일부 교장, 교육감 등은 교사들의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23일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자신의 SNS에 “주말마다 광화문 거리에 나오고 공교육 멈춤의 날을 정해 집회를 할 것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교사들이 교권을 위해 수업을 멈추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공교육을 중단시키면서까지 집회를 통해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단체행동 자제를 요청했다.

현행법상 교사는 ‘단체행동권’을 가질 수 없다. 헌법 제33조 1항에 따르면 근로자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으나 2항을 보면 ‘공무원의 경우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한다’고 규정한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국·공립 교원이나 사립 교원은 집단행위가 금지돼 있다.

교사들이 자발적 행동으로 병가와 연가 등을 활용하려 하지만, 일부 학교는 교사들의 단체 행동 제지에 나섰다. 한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교사들의 연가를 미승인하는 학교도 있었다. 징계 등을 빌미로 교사들의 연가 취소 등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의 재량휴업이나 교원의 집단 연가 사용을 “2학기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저해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4조의2 및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4조에 따라 교원은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수업일에는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며 “이번 사안은 이러한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도 교육청에) 안내했다”고 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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