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억원 배임한 카드사 직원…금융권 내부통제 유명무실

105억원 배임한 카드사 직원…금융권 내부통제 유명무실

롯데카드 직원, 협력업체와 짜고 회삿돈 105억원 빼돌려
부동산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에 ‘펑펑’
금융업권 임직원 횡령·배임, 지속 증가 추세

기사승인 2023-08-30 17:08:27
쿠키뉴스 자료사진
은행권에 이어 카드사에서도 배임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금융권 횡령 규모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까지 책임을 묻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비롯해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과 관련 협력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러 부실한 계약을 맺어 협력업체에 105억원을 허위 지급하도록 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는다. 금감원은 롯데카드가 지난달 4일 자사 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 내용을 보고하자 이틀 뒤 현장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롯데카드 마케팅 팀장과 팀원은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해당 업체를 카드상품 프로모션 협력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해당 업체와의 프로모션 계약 내용이 불분명하고 실적 확인 수단이 없는데도 카드 발급 회원당 1만6000원을 정액으로 선지급하는 구조의 이례적 프로모션 제휴 계약을 맺었다.

카드사는 이 계약에 따라 협력업체에 2020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34회에 걸쳐 총 105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대가로 이들은 이 중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취득해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으로 소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력업체 대표도 약 39억원을 챙겼다. 
금융감독원

이들이 돈을 배임하는 동안 롯데카드 내부 통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카드 제휴서비스는 카드사 영업부서가 직접 운영 또는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사고자가 제휴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일괄해 위탁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입찰 담당부서가 있음에도 특별한 이유없이 사고자가 담당하는 마케팅팀이 입찰을 직접 진행하면서, 입찰설명회도 생략하고 입찰조건 및 평가자도 임의로 선정한 점이 금감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또 “협력업체와의 계약내용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사후적으로 인지하였음에도 계약상 해지가 불가하다는 등의 이유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금액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다른 모든 카드사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 후 특이 사항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롯데카드 측은 “제보를 받고 자체감사에 착수했고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바로 금감원에 보고했다”면서 “금감원과는 별도로 자사에서도 경찰 수사에 의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횡령과 부정거래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원을 횡령한 사건 이후, 올해 BNK경남은행에서도 내부 직원이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사실이 들통났다. DGB대구은행 일부 직원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 1000여개를 개설했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127억원대의 주식 매매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금융업권의 임직원 횡령 금액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에 자료요청을 통해 받은 답변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금융업권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 수는 202명에 달했다. 이들이 횡령한 금액은 1816억590만원이었다. 2017년 45명 (89억8870만원 ), 2019년 27명 (84억5870만원), 2021년 20명 (156억4860만원), 2022년 30명 (826억8200만원), 2023년 7월까지 12명(580억7630만원)에 달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사를 대상으로 강력한 내부통제를 지속 당부해왔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나 내부 직원의 일탈이 반복되면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책임을 물리는 입법 작업을 추진 중이다. 금융회사들의 허위 보고 등에 대한 검증 절차도 강화하기로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 직원이 어떤 업무를 오랜기간 담당하게 되면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허점을 파악하고,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사 내부에서 순환 근무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준법감시인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데려오는 등 통제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횡령 배임 사건 발생 시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입법하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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