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위험 노출액)가 4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초대형사를 제외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경우 부동산을 제외한 타 사업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위해 감내할 수 있는 손실은 낮은 수준이다.
5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의 국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는 47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 회복세가 지연됨에 따라 투자 익스포져는 여전히 회수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상반기 만기도래가 예정됐던 국내 PF 익스포져 5조2000억원 중 약 73%는 만기연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브릿지론 대부분이 본 PF로 전한되지 못해 만기연장으로 변경됐고, 나머지 사업장 역시 차주 변경이나 외부 매각을 통해 상환됐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의 경우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지역 오피스 투자 형태로 구성된 만큼, 관련 시장 위축 지속으로 올 상반기 만기도래 예정이었던 2조6000억원 중 약 90%가 만기연장됐다.
나신평은 부동산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면, 이같은 만기연장 방식이 익스포져를 해소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만기연장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 등으로 최종 손실 규모 증가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증권사의 자산건전성 지표에는 상당한 착시효과가 반영됐다는 게 나신평 측 설명이다. 올 6월말 부동산PF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조2000억원으로 건전성 지표 저하 수준은 높지 않다. 다만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져 상당부분이 만기연장된 점과 펀드 등의 부동산 익스포져는 지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나신평은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거나 만기연장돼 요주의로 분류된 부동산 익스포져, 추가 감액 손실 발생 가능성을 가진 펀드 자산 등을 포함한 실질 건전성 저하 여신을 점검했다. 그 결과 올 3월말 기준 잠재부실가능 익스포져는 약 6조원으로 동년 6월말 부동산PF 고정이하여신인 1조2000억원 대비 5배가량 크게 나타났다.
잠재부실가능 익스포져 약 6조원 중 올해부터 오는 2026년 중 만기 도래 자산은 매년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신평은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정상적인 프로젝트 진행이 어렵거나, 자금재조달이 원활하지 못해 자산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사례가 확대될 경우 실제 증권사의 부담 손실액은 증가할 수 있고 내다봤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