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후 첫 주식 거래일 KB금융의 주가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의 차기 회장 내정으로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주가는 전날 5만5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2.03%(1100원) 상승한 가격이다. 같은 날 신한금융지주는 1.96%, 하나금융지주는 1.46%, 우리금융지주는 0.83% 상승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8일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등 후보군 3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끝에 양 부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양 내정자는 오는 11월 주주총회 등을 거쳐 신임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양 내정자는 1961년 전북 출신으로 국민은행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인물이다. 2008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경험하고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맡았다. 특히 지주에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한 그는 이후 KB손보 대표를 역임하면서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장 출신 후보 대신 비은행장 출신인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 배경에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내정자도 취임 후 가진 약식 인터뷰에서 “모바일에서 인공지능(AI)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디지털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그동안 금융그룹들이 대면 영업 채널을 중심으로 했다면 앞으로 (KB금융그룹은)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계획하겠다”고 KB금융의 변화를 예고했다.
또한 사업 영역을 비금융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M&A와 관련해 “금융기관뿐 아니라 앞으로는 비금융(기관)도 함께 갈 수 있는 금융그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런 측면도 고려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양 내정자의 이러한 비전은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KB금융 온라인 종목토론실에서 한 게시자는 이번 인선을 두고 “전통적 은행의 성장은 이제 정체되어 있다. 비은행 부분의 성장이 중요하다”며 “새로 취임하는 회장은 바로 KB금융의 비은행 부분을 성장시킨 책임자”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하나증권은 전날 KB금융의 순이자마진(NIM) 증가와 함께 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를 이유로 목표주가를 6만3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상향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지주 설립 이후 (이번 차기 회장 추천은) 처음으로 순수 내부 출신이 회장이 되는 사례로 외풍이 없이 경쟁력 있는 준비된 후보로 경영승계 절차를 안정적으로 밟는 것만으로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로 인식될 것이며 현 회장이 추구하는 주주환원 강화 정책 또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