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세는 ‘기업대출’…건전성은 누가 돌보나

은행권 대세는 ‘기업대출’…건전성은 누가 돌보나

5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한달새 8.5조원 증가…8개월 40조↑
회사채 시장 냉각·기업대출 금리 인하 영향…시중은행 고객 유치 ‘각축전’
관건은 국내 경제 전망…기업 경제 어려운 점은 변수

기사승인 2023-09-12 06:00:14
각사 제공.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기업대출을 늘려 마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다 보니 한계기업들이 늘어나는 상황 속 기업대출 확대로 인한 건전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747조4893억원으로 전월대비 8조5974억원 증가했다. 올해 1월 기업 대출 잔액(707조6043억원)과 비교하면 8개월만에 40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기업대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증가세만 보면 지난 2월 710조9236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3195억원 늘어난데 이어 △3월 4조3796억원 △4월 4조7744억원 △5월 6조9111억원 △6월 5조 3242억원 △7월 6조5790억원 △8월 8조5974억원 순이다.

또한 기업대출 중 대기업 대출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대기업 대출은 129조4044억원으로 같은기간 18조3486억원 늘며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618조849억원으로 18조2171억원 늘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315조8306억원으로 4조5603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는 배경에는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압서 금융최근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을 가계 빚 주범으로 꼽으면서 규제를 강화했다.

이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대출이 더 매력적인 상황으로 바뀐 것도 한 몫 했다. 고금리 상황으로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회사채나 기업어음(CP)를 발행하기 어렵다 보니 자금 조달 창구로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7월 중 연 4.4%대였던 신용등급 AA- 회사채(무보증, 3년물) 금리는 8월 들어선 연 4.569%까지 올랐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한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보다 동결, 혹은 상승 여지가 더 남아있다 보니 회사채 금리는 더 올라갈 여지가 남아있다.

시중은행에서도 올해 하반기 영업전략으로 기업대출 강화를 잇달아 천명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은 지난 7일 가진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발표회’에서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단순 대출 뿐 아니라 자금을 조달해주는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컨설팅하는 단계까지 홀세일 전략을 펼치겠다”며 “금융의 중개 기능을 강화하고 신성장 산업 등 기업 성장을 이끄는 등 경제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미래금융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로 기업대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4조원 이상 규모의 취약 중소기업 대상 종합금융지원 대책을 꺼내들었다. 여기에 ‘신한 소호(SOHO) 사관학교’ 등 다양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사업자들과 밀접한 관계 형성에도 나선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기업금융 관련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CIB(기업투자금융) 고객그룹은 IB자산의 전산화와 효율적이고 체계적 관리 차원에서 개편을 하고, IB자산 관리시스템을 집중 개발하고 고도화를 추진하는 차원에서 유닛을 부서로 전환했다. 중소기업고객그룹은 외환 마케팅 및 상품, 서비스 개발 업무 집중 위해 부서 통합을 했다.

다만 기업대출 시장 자체가 마냥 긍정적이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대출의 건전성은 기업 경기에 달려있는데, 국내 경기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집계를 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9월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6.9를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기업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18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한계기업들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에서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완화된 금융환경 등으로 기업의 잠재 리스크가 누적된 가운데 최근 생산비용 증가, 고금리․긴축적 금융환경 등으로 여건이 변화하면서 한계기업의 기업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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