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명절테크’의 계절…추석 선물, 중고 거래 쏟아진다

지금은 ‘명절테크’의 계절…추석 선물, 중고 거래 쏟아진다

기사승인 2023-09-17 06:05:02
추석 명절을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명절 선물을 시중가보다 더 저렴하게 내놓은 글들이 올라왔다. 당근마켓 캡처


최근 명절 선물을 받으면 중고 거래로 되파는 이른바 ‘명절테크(명절+재테크)’를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달 말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찍 받은 추석 선물로 추측되는 선물세트들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 다수 올라오고 있다.

15일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 ‘추석 선물 세트’라고 검색했더니 참치, 스팸, 영양제 등 각종 생필품들을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글들이 다수 보였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더 많은 물품이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은 명절 선물을 판매하는 일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인의 기호와 관계없이 단체로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김모(26·회사원)씨는 “명절 기간엔 중고 거래가 이득”이라며 “들어오는 선물 막을 수는 없다. 필요 없는 사람이 팔면 환경 보호도 되고, 필요한 사람은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상부상조”라고 말했다. A(26·회사원)씨는 “바디 워시나 비누처럼 취향을 타는 물건은 최악”이라며 “따로 구매해 쓰는 제품이 있기 때문에 선물 받으면 판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생필품을 사기 위해 명절을 기다리는 청년들도 있다. 미국의 할인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처럼 명절 연휴가 끝날 때쯤이면 필요한 생필품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저렴한 가격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회사원 B씨는 “연휴 끝난 뒤에는 스팸, 참치 등 품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싸게 나온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했다.

청년 직장인들이 명절 스테디셀러 상품인 참치와 스팸을 좋아한다는 건 옛말이다.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어 여전히 선호하는 1인 가구 청년들도 많지만, 가장 받기 싫은 선물로 참치와 스팸을 꼽은 이들도 있었다. 회사원 C씨는 “(참치나 스팸은)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먹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부모님들도 회사에서 스팸과 참치를 받아 오셔서 집에 쌓이기만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모씨는 “비건이라서 먹지 못해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한 시민이 대형마트에 진열된 추석 선물세트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청년 직장인들은 취향을 타는 명절 선물 대신 상품권이나 현금을 명절 선물로 받고 싶어 했다. 트렌드 분석업체 캐릿이 지난해 12월20일부터 지난 1월6일까지 만 20~34세 직장인 311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명절 선물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66.3%)이 모바일 상품권을 선호했다. 회사원 C씨는 “(명절 선물을) 상품권이나 상여금으로 주면 좋겠다”며 “호불호 갈리지 않고 가장 무난한 것은 현금”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장씨도 “빚도 많고 생활비도 부족하다”며 “선물보다 현금이 제일 받고 싶다”고 했다.

명절을 맞는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치솟은 금리와 물가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명절 선물과 상여금은 큰 부담이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지난달 21부터 지난 1일까지 중소기업 8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에 비해 올 추석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은 전체 기업의 26.9%로 원활하다고 답한 15.8%보다 높게 조사됐다. 자금 사정이 곤란한 주요 원인으로는 ‘판매·매출 부진’이 77.7%이 가장 높았고, ‘인건비 상승’과 ‘원·부자재가격 상승’이 각각 36.7%, 33.0%로 뒤를 이었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김모(39)씨는 “명절을 앞두고 대기업이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준다는 보도가 쏟아지면, 중소기업 입장에서 조금 부담스럽다”며 “어느 수준에 맞춰 직원들에 명절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 주변 지인들과 비교도 하지 않겠나”라며 걱정했다. 실제 온라인에선 자신이 받은 회사 명절 선물을 공유하며 다른 회사에서 준 선물과 비교하는 게시글이 자주 올라온다. 강원도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0대)씨도 “인건비가 높아져 명절 상여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지급하기엔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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