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3위 ‘은행원’, 4~5위 ‘관료’...금융지주 세대교체

업계 1~3위 ‘은행원’, 4~5위 ‘관료’...금융지주 세대교체

기사승인 2023-09-13 06:00:43

KB금융지주를 끝으로 국내 금융회사 정점에 위치한 5대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가 마무리 수순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세대교체로 금융지주의 소비자 보호나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행보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지주의 경영 승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오는 11월 2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신임 회장에 선임된다. KB금융은 지난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양 부회장은 국민은행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인물로, 그가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KB금융은 2연속 내부출신 회장을 맞이하게 됐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CEO 교체에 나선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월 함영주 현 회장이 김정태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회장에 선임됐다. 김 전 회장의 경우 2012년부터 4연임에 성공하면서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이 선임되면서 10년 만에 CEO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손병환 전 회장에서 이석준 회장으로 CEO가 교체됐다. 손병환 전 회장의 경우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에서 주로 활동한 사실상 첫 내부출신 회장이다. 그는 2년의 회장직을 끝으로 퇴임하면서 농협금융은 2년 만에 세대교체를 실시했다. 그 자리에는 이석준 현 회장이 선임됐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올해 3월에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교체가 있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7년 3월 선임된 조용병 전 회장에서 진옥동 회장으로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조 전 회장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돌연 연임을 포기해 금융권에 파장을 불러왔다. 새 회장은 내부 출신인 진 회장으로, 신한금융은 6년 만에 수장이 교체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내부출신인 손태승 전 회장이 연임을 노렸지만 사모펀드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 속에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2019년 우리금융지주 재설립 이후 회장을 맡아온 손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회장에 오른 인물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임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당시 경제부총리까지 내정된 인물이다. 

이번 세대교체로 금융지주들은 소비자보호 및 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변화를 보였다. 신한금융의 조용병 전 회장과 우리금융의 손태승 전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된 원인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리를 물려받은 신임 회장들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내부통제 및 상생금융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농협·우리금융의 경우 경영 승계에 대한 인식과 준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 승계는 단순히 새 회장을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미리 명확한 기준과 절차, 계획에 따라 발굴되고 양성된 후계자에게 CEO의 역할을 원활하게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즉 문제가 있는 CEO를 교체하거나 갑자기 CEO직에 유고가 생겼을 때 급하게 새로운 인물을 탐색하는 CEO 교체와 체계적인 승계는 개념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적인 경영인 보다는 정부와 소통에 집중할 수 있는 관료 출신을 주로 선임하는 모습을 보이는 농협금융이나 전임 회장이 물러나면서 승계 구도가 흔들린 우리금융의 경우 경영 승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안정적인 경영 승계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의 리더십은 매우 특별한 중요성을 가진다”며 “CEO가 전략 수립이나 조직 설계를 잘못하면 다른 임직원들이 아무리 뛰어나고 열심히 노력해도 조직은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경영 승계는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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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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