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아닌 자립 되도록”…열여덟 어른의 마음건강을 위해

“고립 아닌 자립 되도록”…열여덟 어른의 마음건강을 위해

기사승인 2023-09-14 18:44:59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3 자립준비청년 지원 공동포럼 : 자립준비청년과의 동행’ 포럼에서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인 장인우씨가 말하고 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자립 5년 차인 장인우(26)씨에게 대학 졸업 후 자립을 준비하는 2년은 방황하는 시간이었다. 장씨는 “함께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방황 기간이 줄어들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며 자립준비청년들이 의지할 수 있는 심리‧정서 지지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굿네이버스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2023 자립준비청년 지원 공동포럼 : 자립준비청년과의 동행’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동행하려면 건강한 마음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음 건강을 회복해야 고립‧은둔하지 않고 사회로 나가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이 겪는 심리적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자립준비청년의 자살: 자립지원제도가 갖춘 것, 갖추어야 할 것’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종료자 2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가족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11점 만점에 평균 5.3점으로 낮은 편이다. 사회적지지 수준 역시 낮다”고 설명했다.

자살 생각이 들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건 더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생각이 들 때 특별히 대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자립준비청년 비율이 37.4%로 가장 높았다. 혼자 음주나 흡연 등으로 해소한다는 답도 14.9%였다.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친구나 시설‧그룹홈 선생님과 대화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1%에 그쳤다.

이 센터장은 “위기‧문제 상황에서 선택하는 문제 해결 방식에는 아동‧청소년기 경험과 사회의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나 편견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자립준비청년이 시설에서 머문 기간과 자립 시기에 마주치는 경험들이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열고 도움을 요청하는 걸 어렵게 만든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3 자립준비청년 지원 공동포럼 : 자립준비청년과의 동행’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이날 포럼에 모인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먼저 자립준비청년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였던 김은지(35) 비서관은 “상대에 대한 의심과 불신, 동시에 절대적 신뢰가 공존하는 시간을 보냈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의 문제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말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민 경상남도자립지원전담기관 관장 역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해 부족은 관계 형성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립준비청년이 마음건강 지원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비서관은 “심리 상담이 제때 잘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센터로 가기까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언제나 이런 어려움을 전할 수 있고 연락할 수 있는 지원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역시 “접근성이 좋아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게 좋은 예후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이라고 공감했다.

일시적인 지원에 그치지 말고 연속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은강 무등육아원 원장은 “시설에 입소할 때부터 종합심리검사는 물론, 지속적인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아동들의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해야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고 무엇이 효과적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죽음에 대해 극단 선택이라고들 표현하지만,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한다”며 “막다른 골목의 끝에 세상을 등지는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속도감 있게 바꿀 수 있는 게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적 울타리 마련을 약속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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