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0세에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에 입학한 백강현군. 자퇴한 그를 둘러싼 논란 이후 영재에 대한 국가적 지원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백군의 아버지는 “어린 영재 아이에 대한 국가 지원이 부족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과학고 교장을 비롯한 교육계와 과학 기술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영재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 이야기가 오갔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 주최로 ‘고도 영재, 국가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수학과 교수와 과학고 교장부터 교육부·과기부 관계자 등이 모인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의 영재 지원 공백과 문제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고도 영재 아동들을 위한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류지영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 연구원 영재정책센터장은 “고도 영재들은 학습 속도가 빠르고 높은 몰입도 및 과제 집착력을 보이지만, 아동의 정서를 보인다”라며 “인지적 발달과 정서적, 사회적 발달의 불균형으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능 발달을 보이는 영역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심리·정서 적응을 위한 멘토링과 상담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 현장에 몸담은 교사도 이에 공감했다. 오성환 서울과학고등학교 교장은 “서울과학고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정서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지적인 또래와 정서적인 또래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이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신동 전 한국영재교육학회장도 “영재들의 행복을 생각해야지. 인적 자원에 집중하면 안 된다”고 동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도 영재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송용진 인하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장기 플랜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영재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을 훌륭한 학자로 키우기 위해서다. 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 운동선수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교육자들의 전문성도 문제로 짚었다. 그는 “영재 교육 자체가 공교육 안에 있기 때문에 순환 근무를 하는 선생님들의 전문성 축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수진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센터 소장은 영재교육진흥법상의 ‘영재교육특례자’ 제도가 잘 작동하지 않는 점을 짚었다. 영재교육 특례자 선정 기준과 선정됐을 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최 소장은 “영재교육특례자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제안한다”면서도 “고도 영재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고 하면 사교육 등을 통한 지나친 과열이나 과도한 경쟁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신동 전 학회장도 “명확하게 고도 영재가 누군지 밝혀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라며 “한국은 아직 표준화된 아이큐가 없고, 교과 성취를 판별 기준으로 하는 것도 타당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재 교육 관리 주체인 교육부와 과기부는 연구를 통해 고도 영재 지원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강호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인재양성과장은 “이 문제는 국가의 교육 문화, 행정의 수용성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가가 고도영재를 발굴해 육성한다면 조기 사교육 과열 등의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며 “고도 영재에 대한 특별 지원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원을 통해 고도 영재 지원책을 연구 중”이라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교육부 등 관계 기관과 소통하면서 고도 영재 지원 체계를 어떻게 잡아나갈지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차영아 교육부 융합교육지원팀장은 “교육부는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적용되는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 계획을 수립해 지난 3월 발표했다”며 “이 계획에서는 5가지 세부 추진 과제를 설정했는데, 첫 번째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잠재력 있는 인재 발굴’로 고도영재와 관련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고도 영재에 대한 정책 연구를 실시하고 있고, 내년부터 연구 결과 바탕으로 시범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