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탕을 뺀 ‘제로’ 음료가 인기를 얻으며 무설탕 식음료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로 음료는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마켓링크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924억원에서 지난해 3683억원으로 2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했다. 13일 배달의민족이 발표한 ‘배민트렌드2023 가을·겨울편’에 따르면 지난 7월 제로콜라와 제로사이다 등 제로 메뉴의 주문 건수는 지난해보다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설탕을 앞세운 소주가 출시 1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이미 무설탕의 인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6월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장님들 제로 음료 꼭 들여놓으세요’라는 글에는 2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자영업자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많이 먹는다” “요새 제로가 더 많이 나간다” “저도 제로콜라 없냐는 손님들 종종 계시길래 준비해놨더니, 일반 콜라와 매출이 비등비등하다”고 말하며 적극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가게를 운정하는 자영업자들은 무설탕을 소비자들이 찾는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한다. 서울 서교동에서 무설탕 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이채빈씨는 “무설탕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동시에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라며 “자영업, 특히 카페는 이미 포화 상태라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한 선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1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73%가 같은 맛이라면 제로슈거‧제로칼로리 음식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무설탕 전문점은 메뉴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생기고 있다. 서울 시흥동에 위치한 한 식당은 무설탕 오돌뼈나 감바스를 판다. ‘무설탕 무조미료 전문’이라고 간판에 적어 홍보하는 이 식당은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에게 가볼 만한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서울 북가좌동에 문을 연 한 중식당은 “국내 최초 ‘설탕제로 유니짜장’ 전문점”이라고 소개하며 ‘제로(zero) 유니짜장’을 대표 메뉴로 소개하고 있다. 서울 서교동 한 카페는 초코라떼나 에이드 등 설탕이 들어갈 것 같은 음료는 물론, 도넛이나 약과 브라우니 같은 디저트까지 모두 무설탕으로 만든다.
탕후루마저 무설탕으로 만드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부천시 한 탕후루 가게는 ‘지금은 제로시대’라고 소개하며 제로 딸기, 제로 귤 등의 메뉴를 판매한다. 지난 6월 첫 지점을 낸 이후 두 개 지점을 더 열 정도로 인기다. 서울 서초구 한 백화점과 송파구 대형 쇼핑몰에도 무설탕 탕후루 가게가 들어섰다.
소비자들은 무설탕 전문 가게가 생기는 걸 반기는 눈치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선 무설탕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최모(27)씨는 “무설탕 음료나 음식 많이 찾아 먹는다”라며 “주변에서도 무설탕 음식을 주제로 대화할 때가 꽤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서 만난 강모씨(20)도 평소에 무설탕에 관심이 많고 자주 찾아 먹는 편이다. 그는 “무설탕 음식을 파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서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날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김모(22)씨는 “선택할 수 있다면 무설탕 쪽을 선택할 것”이라며 “부담이 덜 한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설탕을 선호하는 흐름은 전 세계적인 경향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 역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79억2000만달러에 달한 전 세계 제로 설탕 식음료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무설탕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무설탕은 청년 세대가 특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만, 전 세대의 관심 분야이기도 하다”며 “사라지지 않을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