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2차전지 관련주가 줄줄이 급격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수급을 이끌었던 개인투자자마저 이탈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증권가에선 시장에 존재하는 풍부한 유동성이 배당주로 향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결산배당 중심 정책을 시행하는 기업들 중심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우선 대장주격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28.48%, 13.71% 내린 91만1000원, 28만6000원으로 확인됐다. 올해 기록한 최고점 대비로는 41.59%, 52.05%나 급락했다. 같은 기준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도 40.85%, 46.21% 급락했다.
2차전지테마 상장지수펀드(ETF)로도 하락세를 가늠할 수 있다. TIGER 2차전지테마 ETF의 구성 종목 33개 시가총액은 주요 종목 대다수가 신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7월 26일 479조3474억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390조3272억원으로 확인됐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약 19%에 달하는 89조202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또한 지난 12일 상장한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해당 ETF 상품은 증권사와 장외파생(스왑)계약을 통해 목표지수 수익률을 제공받는 금융상품으로 ‘iSelect 2차전지 TOP10지수’의 일간수익률 마이너스 1배를 추종한다. 쉽게 말해 구성된 10개의 2차전지주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해당 ETF의 순자산규모는 614억2100만원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약 46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같은 매수세는 2차전지의 하락장을 예견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에 대한 공매도 숏커버링 효과까지 이끌었던 ‘동학개미운동’도 이미 사그라든 지 오래다. 오히려 ‘매도’ 의견으로 돌아선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은 상반기에 에코프로 주식을 1조9144억원 매수했으나, 하반기 들어 7527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가마저 등을 돌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업종 주가는 올해 초부터 양극재 업체들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며 “지금의 주가 하락세는 벨류에이션이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수직 계열화 강도와 시장 점유율 상승세 등 프리미엄 부여와 타 부문 가치를 합산해도 지주사 에코프로의 적정 가치는 14조3000억원이다. 현재 시총 31조3000억원을 감안할 시 투자의견 매도를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증권가에선 2차전지 관련 종목에서 이탈한 시장 유동성의 흐름이 배당주로 향할 것으로 관측한다. 배당주 성격의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헷지할 수 있는 자산군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국면에 낮은 변동성과 보장된 배당수익률은 강점으로 볼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배당 모멘텀을 주목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배당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에 존재하는 풍부한 유동성은 배당주로 향할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비롯한 테마 장세 움직임 지속으로 시장 참여자 피로감 누적과 연말이 가까워짐에 따라 은행·보험 등 금융업종의 고배당 매력이 주목받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우선 은행업종은 연초부터 주주환원정책 강화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주주 환원 정책을 제시한 이후 양호한 수준의 환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지주 중심으로 분기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 확대 움직임이 나타났고, 지방은행지주에서도 반기배당 실시와 자사주 매입 등 기존 대비 상승한 주주 환원 정책을 시행한다. 보험업종의 경우 기존 배당성향을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기존 대비 높아진 주당배당금(DPS)이 예상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예정 등 불확실성 존재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6~10%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배당 이익 기준으로 단기적 접근 관점에서 결산배당 중심 배당 정책을 시행하는 기업은행, 지방은행, 삼성카드 및 보험업종의 업사이드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낮은 배당락 관련 부담과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기대할 수 있는 시중은행지주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배당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배당 정책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서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 영국 런던의 투자설명회(IR)에서 “금융당국은 배당과 주주친화 방침에 관해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