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2월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생활고로 고민하던 일가족은 마지막으로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이 든 봉투를 남겼다. 당시 친모는 실직했고 큰 딸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았으며 작은딸은 신용불량자였다.
당시 세 모녀 사건은 한국의 복지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되는 기준을 완화했다. 그러나 부양가족이 있는 사회적 배려 계층에 대해 구체적인 법령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으로 인해 부양가족이 있는 중증 장애인들이 국가로부터 기초 생계비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부양 의무자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현행법상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선정 및 급여액 결정 등을 가구 단위로 정하지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개인 단위로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중증 장애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대한 선정 및 급여액 결정에 대해 국가가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4조제3항 중 ‘특히’를 ‘장애인 중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사람에 대한 급여 등 특히’로 수정했다. 기존 법문에선 ‘보장기관은 이 법에 따른 급여를 개별가구 단위로 실시하되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개인 단위로 실시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앞서 국회는 부양의무자 폐지 법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2021년 10월 생계급여 관련 부양의무제를 폐지했고 지난 2018년 10월엔 주거급여, 지난 2015년엔 교육급여 관련 부양의무제가 폐지됐다.
전 의원 역시 지난 2008년 부양의무자 폐지 법안을 냈지만 당시 정부는 부양의무자 가족의 소득기준이 높은 경우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도 관련해 의원들의 법안발의가 지속됐고 21대에서 결국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전 의원은 19일 쿠키뉴스에 “부양의무자 폐지법 통과로 관련 예산지원에 대한 확실한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더 많은 수급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불효자증명서라 불리는 ‘부양의무사유서’와 같은 잘못된 제도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하루하루 힘들어하는 중증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법 통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