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경쟁 자제’ 특명에도…예금 금리는 5%대 ‘목전’

‘과열 경쟁 자제’ 특명에도…예금 금리는 5%대 ‘목전’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연 3.9%…저축은행은 최대 4.52%까지 올라
10월 만기 도래 예금 규모 100조원 달해…머니무브 막기 위한 경쟁 심화

기사승인 2023-09-23 06:00:10
지난해 10월 금융사들간의 수신 경쟁으로 최대 6%까지 예금금리가 상승했었다.   사진=김동운 기자 

지난해 하반기 연 5~7%대 고금리 예적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금융권의 수신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시중은행에서는 연 4%대 예금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는 5%대 예금까지 눈에 띄고 있다.

다만 이같은 상황이 금융당국에겐 반갑지 않은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레고랜드 사태로 발생했던 은행권의 고금리 예금 경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금융사들은 금리 경쟁에서 뒤처지면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눈치싸움’에 들어간 모양새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날 공시된 은행권 정기예금(만기 12개월) 36개 예금상품 중 7개가 최고 4%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예금 금리가 높은 곳은 전북은행이다. ‘JB 123 정기예금’이 최고 연 4.15%의 금리를 제공한다. 다음으로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연 4.10%, DGB대구은행 ‘DGB함께예금’ 연 4.05%,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 연 4.02%다. 이외에도 ㅊ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 △대구은행 ‘IM스마트예금’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이 연 4.00%를 제공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모두 정기예금 상품들이 연 3.9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3%대 중반에 머무르던 예금상품들이 일제히 0.3%p~0.5%p 이상의 금리가 올랐다.

저축은행의 경우 평균 4.00%대를 넘겼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2개월 기준으로 4.17%를 기록 중이다. 올해 초 5%대 이르던 금리는 상반기 하락세를 보이다 6월 4%대를 안착한 후, 최근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현재 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엠에스저축은행 ‘e-정기예금’이 연 4.52%로 가장 높으며 스마트저축은행 연 4.51%가 뒤를 이었다. 예금금리가 연 4.50%인 곳은 BNK·DH·HB·JT·JT친애·OSB·고려·동양·동원제일·드림·스카이·엠에스·우리·유니온·참·청주저축은행 등 16곳에 이른다.

5%대를 넘는 ‘특판’ 상품도 지난해 말에 이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새마을금고의 한 지역금고에서는 연 5.80% 금리의 특판 예금을 완판했으며, 충청 지역의 한 금고는 연 8%의 특판 적금 판매를 시작했다.

금융사들이 예금 금리 경쟁을 하는 이유는 지난해 유치한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의 규모는 총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기가 일제히 도래한 예금들을 재예치하거나, 혹은 다른 금융사들의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이처럼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반갑지 않은 모양새다. 2금융권의 정기예금에 묶여있던 자금이 풀리면서 은행권으로 대거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2금융권들은 은행에 예금을 뺏기지 않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고금리 예금 유치 경쟁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며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2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지난해 4분기 취급된 고금리 예금의 재유치 경쟁이 장단기 조달·대출금리 상승 우려 등 불필요한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자금시장, 주식·채권시장, 예금·대출시장의 쏠림 현상과 여·수신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수준의 과열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회사채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예금 이외의 자금조달 창구가 마땅치 않다 보니 수신금리가 급격히 상승했었다”며 “하지만 2023년 하반기 현 시점은 은행채 등 조달 방법이 다양해 지난해 수준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