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앞둔 전통시장…“물가 오르니 씀씀이도 줄었다” [가봤더니]

추석 ‘대목’ 앞둔 전통시장…“물가 오르니 씀씀이도 줄었다” [가봤더니]

포도·배 가격은 비슷하지만…사과 가격 ‘금값’ 됐다
전통시장 분위기 활기차지만…“사람들 씀씀이가 줄었어요” 한 숨

기사승인 2023-09-28 06:00:34
최근 사과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상품 홍로 한 박스의 가격이 6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사진=김동운 기자

“기자님도 식비가 오르셨다고 하셨죠? 다들 비슷한가봐요. 추석 명절이라 손님들이야 많아졌지만 지갑이 가벼워져서 그런지 씀씀이 자체가 많이 줄었습니다”

민족대명절 추석이 다가오는 26일 오후 영등포청과물시장은 가게마다 사과와 배, 포도 등 추석 차례에 사용되는 과일들의 향기가 비가 오고 있어도 느껴졌다. 청과물시장에 방문한 시민들을 맞이하는 시장 상인들은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오랜만에 맞이하는 ‘대목’ 장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상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정은 조금 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손님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가 오른 탓에 예전만큼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푸념이다.

특품 사과들은 가격이 높지만, 낱개 사과는 비교적 저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배 가격은 비슷하지만…사과가 말 그대로 ‘금값’이네

추석 차례상에서 가장 필요한 과일은 무엇일까. 최근 ‘홍동백서’라는 차례 예법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과와 배는 한국인의 차례상에 가장 많이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사과를 차례상 밖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사과가 ‘금값’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과물시장에 방문한 손님들이 사과 한 박스의 판매 가격을 듣고 기함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장상인 한 모씨는 “배의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사과 한 상자의 가격이 지난해 대비 150% 이상 올랐다고 보면 된다”며 “차례상에 올릴만한 특 사과 한 박스가 6~7만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손님들은 최근 물량이 크게 풀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샤인머스켓과 포도, 배가 주로 팔리고 있다 한다. 사과는 차례상에 올릴 수 있도록 낱개로만 사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사과가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올해 봄 냉해가 지나간 뒤 여름철 폭염과 폭우로 인해 사과탄저병이 생기면서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동향에 따르면 사과(홍로) 10개 평균 소매가격(23일 기준)은 3만1580원으로 전년동기(2만5506원) 대비 23.8% 올랐다. 

배(신고) 10개 가격은 3만4854원으로 전월(3만2337원) 대비 7.8% 올라간 반면, 사과(홍로·10㎏) 평균 도매가격(22일) 경우 8만9780원으로 전년동기(3만4888원) 대비 무려 157.3%나 치솟았다.

다만 여전히 청과물시장의 판매가격이 대형마트보다는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부부가 함께 청과물시장에 방문했다는 김 모씨는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제수용 사과가 1만5000원이 넘어가고, 배는 7000원이 넘어가 구매를 포기했다”며 “발품을 좀 더 팔더라도 청과물시장에서 사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이 추석 대목을 맞아 전 부치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김동운 기자

활기찬 전통시장 분위기 속 “사람들 씀씀이가 줄었어요” 한숨

영등포 청과물시장 인근에 위치한 영등포전통시장도 추석 대목을 맞아 방문객들이 꽤나 많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간 노후화된 시설로 고민이 많던 영등포전통시장이지만 2020년 7월 시장 리모델링을 통해 넓고 깨끗해진 모습으로 변모했다.

전통시장 내부에서는 향긋한 기름냄새가 먼저 손님들을 맞이했다. 각종 전을 부치는 상인들이 예약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일하는 모습을 먼저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매출이 지난해 대비 별 차이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영등포전통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녹두가격이 올라 매상이 늘어나도 수익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씨는 “전을 부칠 식용유부터 녹두전에 들어갈 녹두, 밀가루 모든 재료들 가격이 올라갔다”며 “그렇다고 가격을 상승분에 맞춰 올리면 대형 마트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니 감수하고 좀 더 저렴하게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송편.   사진=김동운 기자

송편을 판매하느라 여념이 없는 떡집 상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물가가 하도 크게 상승하다 보니 손님들이 구매하는 금액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며 “오히려 코로나19 시기보다 수익성 자체는 10%에서 20%까지 낮아진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지난해보다 차례상 차림 비용이 떨어졌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3002원으로 지난해보다 4.9%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체감 물가는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전통시장 방문 고객은 “물가가 떨어졌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실제 차례상에 올라갈 상등급 상품들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더 올라갔다”며 “높은 분들이 차례상을 어떻게 차리는지 제대로 모르니 물가가 낮아졌다는 소리나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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