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어도 ‘공휴일·오후’ 예식…900만원 아꼈어요 [요즘 신혼부부⑥]

욕먹어도 ‘공휴일·오후’ 예식…900만원 아꼈어요 [요즘 신혼부부⑥]

기사승인 2023-10-13 06:05:01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예식장. 사진=조유정 기자

“공휴일 예식이요? 하객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선택했어요.”

강은빈(31‧가명)씨는 처음엔 국경일에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지난 1월 예식장 3곳을 방문한 강씨는 비싼 견적에 크게 당황했다. 5만원대로 예상했던 식대는 토요일 기준 8만원이 넘었다. 하객 200명을 잡으면 식대 비용만 1600만원이었다. 고민하는 강씨에게 한 친구는 ‘하객들에게 안 좋은 말을 듣더라도, 공휴일에 결혼하면 예식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휴일과 토요일 예식 비용 차이는 약 900만원. 대관료‧식대 포함 2500만원대였던 예식 비용은 강씨가 결혼 날짜를 국경일로 정하자 1600만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결혼 예식 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예비부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3 결혼비용 보고서’에 나타난 예식 비용은 1390만원으로 지난해(1278만원)보다 8.76% 증가했다.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만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에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과 스냅, 양가 부모님 한복 등의 비용을 더하면 3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강씨가 울며 겨자 먹기로 국경일에 결혼하는 이유다.

결혼 예식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두에게 인기 있는 ‘성수기 황금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다. 먼저 성수기·비수기에 따라 예식 비용은 크게 차이 난다. 웨딩업계에선 통상 3~5월, 9~10월 주말이 극성수기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A 예식장은 비수기인 지난해 8월 토요일 오후 3시30분 예식이 대관료 360만원, 식대 4만7000원이었지만, 비교적 성수기인 11월 토요일 오후 3시30분 예식은 대관료 500만원, 식대 5만6000원으로 차이가 났다. 거기에 오전 11시~오후 2시 황금 시간대는 수요가 많은 만큼 가격도 높다. 황금 시간대인 11월 토요일 오후 오후 12시30분 예식이면 대관료 630만원, 식대 6만원까지 비용이 치솟았다.

결혼을 앞둔 박민경(30‧가명)씨는 비수기인 내년 1월에 예식을 하기로 했다. 박씨는 “예식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년 1월 오전 11시 첫 타임에 예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예식장도 알아봤지만, 장소만 제공해 주고 꽃장식이나 출장뷔페 등 돈이 더 많이 든다”라며 “가장 무난한 공장형 예식을 비수기에 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아현동 웨딩거리의 웨딩드레스 판매점. 연합뉴스


또 다른 방법은 예약이 되지 않은 잔여 타임이나 공휴일에 결혼하는 것이다. 예식장에 따라 50% 이상 할인해 주거나 대관료를 받지 않기도 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B 예식장은 보통 대관료 440만원을 받지만, 올해 남은 잔여 타임과 내년 1~3월 예식 대관료를 받지 않는 ‘0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C 컨벤션은 대관료 1400만원을 받지만, 내년 3월 잔여 타임이면 500만원에 예약 가능하다.

그러나 공휴일이나 비인기시간대에 예식을 진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결혼식에 초대하는 100~300여명 하객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오후 3시30분 시간대에 예식을 치른 김모(30)씨는 결혼식 내내 하객과 양가 부모님의 눈치를 봐야 했다. 김씨는 “예식을 위해 약 10개월 전 예식장에 방문했더니 선택지가 적었다”라며 “공휴일 바로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 2시, 아니면 일반 토요일 오후 3시30분 중 선택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휴일보다 오후 3시30분 시간대를 선택했지만, 지방에서 올라오는 하객들의 눈치가 보였다”라고 털어놨다.

연휴에 결혼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 여행을 이유로 불참하는 등 하객들이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석가탄신일인 지난 5월27일(토)에 예식을 올리기로 한 권모(30대)씨는 계약 변경이 가능한 예식 6개월 전까지 고민에 빠졌다. 계약 당시엔 연휴가 아니었으나, 지난해 12월 대체공휴일이 추진되며 금토일 3일 연휴가 됐다. 권씨는 “갑자기 대체공휴일로 지정돼 연휴에 결혼하게 됐지만, 예식장에선 견적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라며 “남아있는 다른 날짜로 바꿀지 고민됐다. 결국 기존 날짜로 예식을 진행했지만,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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