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게 ‘기후 위기’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30세계엑스포 역사상 처음으로 ‘노 싱글 유즈 플라스틱(no single-use plastic)’ 방침을 내세운 한국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석유·가스 회사 임원들의 회의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툰베리를 비롯한 기후 활동가 수십 명은 회의 장소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출입구에서 참석자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으려 시도했다. 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인 아람코,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의 최고 경영자와 영국의 에너지 안보 장관 등이 참석했다.
기후 활동가들은 호텔 입구에서 “석유 자본 아웃”이나, “회의 취소”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연막탄을 피우기도 했다.
툰베리는 경찰에 체포되기 전 기자들에게 “화석 연료 산업은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의 사업모델이 초래할 결과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기후 위기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지연시키고, 주의를 분산시켰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계획은 이 파괴적인 이익 추구를 계속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막고 정치에서 석유 자본을 쫓아내기 위해 직접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외에서도 사우디 기업이 기후 변동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국제방송인 RFI(Radio France Internationale)가 지난 8월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유엔(UN) 전문가들은 사우디 아람코의 사업 활동이 지구 온난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 협약 의무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아람코는 사우디의 국영 석유개발 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019년 약 17억 톤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5%에 달한다. UN전문가들은 아람코의 △원유 생산량 유지 △새로운 석유와 가스 매장량 탐색 △화석 연료 가스 활동 확대 △사업 관련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의 탈석유 국가 비전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생 에너지 투자, 재생 에너지 기반 네옴 시티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같은 투자의 원천이 화석 연료 개발에서 나오는 탓이다. 아람코의 수익은 자금 조달의 주요 원천이다.
반면 한국은 ‘기후위기 극복’을 기치로 내걸고 2030부산엑스포 유치전에 힘쓰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통해 미래 세대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등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성민 대통령실 특사(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는 지난달 8일(현지시간) 올해 처음으로 열린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에서 “2030 부산엑스포는 노 싱글 유즈 플라스틱(no single-use plastic), 세계박람회 역사상 첫 제로 프라스틱 엑스포 개최국이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탄소중립(NET-ZERO)정신을 반영한 진정한 친환경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장 특사는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들을 2030부산엑스포 개최에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냐의 유력 언론은 장 특사의 약속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관심을 표명했다.
한국이 제시한 기후위기 극복 의제는 부산엑스포 유치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대책의 중요한 가치를 2030부산엑스포에 반영하겠다는 선언이 BIE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81개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특정 국가가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투표제 방식이다.
당초 2030엑스포는 부산을 포함해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총 5개국이 신청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탈락하며 현재 한국, 사우디, 이탈리아의 3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 중 사우디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로 꼽힌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