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이 19일 국정감사 오전 질의 방어를 잘했다. 국회가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을 건드릴 때마다 손 원장은 시종일관 ‘수사 중이므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응수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조작’을 전제로 공세를 퍼부었다. 손 원장은 ‘통계조작 외압이 있거나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있느냐’는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 질의에 “감사, 수사 중이라 답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함께 배석한 유은철 부원장도 “저도 감사 대상이고, 기관이 감사 중이라 답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문재인 정부 시절 가계소득 통계와 부동산 통계 두 부문에서 조작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에 관한 자료에서 ‘BH(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등은 통계청과 부동산원을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4년간 94차례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통계수치를 조작했다. 의혹 당사자인 국토교통부 1급 공무원 2명이 직위 해제됐다. 해당 건은 검찰 수사 중이다.
손 원장은 본원 통계와 KB 통계 중 어느 쪽이 더 정확한 지 등의 민감한 질문에도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는 등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의원들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다만 이번 논란이 ‘국기문란’이자 ‘망국의 지름길’이라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 지적엔 동의했다. 또 “기관장으로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 감사가 ‘정치 감사’ ‘표적 감사’라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활용하는 지수작성방법과 KB통계 지수작성 방법이 다름을 꼬집었다.
한국부동산원은 두 시점 가격비율의 기하평균인 ‘제본스 지수’를 쓴다. KB는 두 시점 가격비율의 산술평균인 ‘칼리지수’를 쓴다. 칼리지수는 기하평균보다 같거나 클 수밖에 없으므로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
조사방식과 표본수도 다르다. 부동산원은 전문조사자가 가격을 산정하고 월간 4만6170호, 주간 3만2000호를 표본수로 본다. KB는 공인중개사가 조사하며 표본수도 월간 3만3676호, 주간 2만9508호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기하평균과 산술평균 지수 작성 방법이 다름에도 감산원은 기준일자만 맞춰서 비교를 했다. 수학을 산수로 보고 무식하게 접근한 것”이라며 “부동산원과 KB 측에서 같은 지수산출 방식을 냈다면 다른 값이 나왔겠느냐”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조사방법과 표본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답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