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오랜만” 악수에 이재명 미소…민생에도 한목소리

尹대통령 “오랜만” 악수에 이재명 미소…민생에도 한목소리

시정연설 사전환담…5부 요인·여야 지도부도 참석
尹-李, 사실상 첫 공식대화···이재명에 안부 묻기도

기사승인 2023-10-31 12:42:02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요인과의 사전 환담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이후 처음으로 대면했다.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사전 환담을 통해서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오랜만입니다”라고 짧은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31일 오전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방문해 5부 요인, 여야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국회의장실에서 사전 환담을 진행했다.

환담은 현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 소통하는 자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신임 대표로 취임한 이후 단 한 번도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정부 기념식 등에서 마주쳐 짧게 인사만 나눴을 뿐, 별도의 회동은 없었다. 그간 수차례 이 대표가 직접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완곡하게 거절해 왔다. 

앞서 지난해에는 민주당이 야권에 대한 검찰·감사원의 전방위적인 수사·감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 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사전환담도 불발됐다. 올해 시정연설 사전환담도 이날 오전까지 이 대표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 접견실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차례로 악수를 주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도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하며 악수를 건넸다. 이 대표는 옅은 미소를 띈 채 손을 맞잡았다. 별도의 답변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환담 모두발언에서 “자리를 만들어준 의장님께 감사하다”며 “어려운 민생을 저희가 해결하고, 또 여러 가지 신속하게 조치해 드려야 될 것들이 많이 있다. 국회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저희들도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서 계속 현장을 파고들고 경청하면서, 국회에도 저희들이 잘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오늘 드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앞으로 예산안을 편성한 입장에서 언제든 요청하시는 자료와 설명을 아주 성실하게 잘 해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내가 국회의장이 되고 나서 이렇게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원내대표, 또 5부 요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라며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 문제 해결이라는 특단의 각오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오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는 본격적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며 “중앙정부 예산 확정이 작년에 늦어지면서 자치단체 예산 확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피해는 오로지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이어 “지금 경제와 민생 안정이 정말 시급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는 다시는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될 것 같다”고 짚었다.

아울러 김 의장은 “올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며 “여당이 때로는 예산을 편성한 정부에 대해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하고, 대통령과 국회를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예산안이 적기에 준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사전 환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환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 관련 얘기를 대통령이 했고, 이재명 대표도 민생이 매우 어려우니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듣고 민생 대책을 마련하라는 얘기를 하셨다”고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 대표는 오늘 사전환담에서 ‘민생 현장이 너무 어려우니 정부부처는 이런 점에 신경쓰며 정책을 집행해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환담을 마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에게 세 가지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꼭 만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국회를 존중해달라고도 했다. 그간 대통령 거부권을 너무 많이 썼다. 이제는 더 이상의 거부권은 안 된다고 했다”라면서 “또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의 협치·소통의 장이 될 일상적 논의 테이블을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환담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 5부 요인과 사전환담을 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자리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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