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공감미료가 속한 제로 슈거(저당) 제품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제로 탄산 음료 시장은 2016년 987억원 규모에서 2020년 2100억원대로 증가, 코로나19를 지나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쳐 2022년에는 9500억원대로 성장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탄산음료 중 저당 제품의 비중도 2021년 22.5%에서 올해 3월 41%까지 커졌다.
요즘엔 10~20대 사이에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죄책감을 덜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편의점, 드럭스토어 등 시중에서 판매하는 저당 식품은 1200원~1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고등학생인 박아름(가명·17세)양은 “종일 앉아서 공부하고, 간식을 자주 먹다보니 살이 쪄 고민이 많다”며 “친구들이랑 제로 음식만 먹는 다이어트를 종종 한다”고 했다. 박 양은 “편의점만 가도 ‘제로’라고 적힌 음식이 수두룩하다. 배고플 때마다 제로 음료나 제로 과자 같은 걸로 때운다. 사실 피자 한 조각을 먹더라도 제로 음료랑 먹으면 칼로리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1일1식 다이어트를 유지 중인 이슬기(가명·18세)양도 “허기질 때 탄산음료나 젤리음료를 먹으면 배가 금방 불러 배고픔이 덜하다”며 “7일 동안 제로 음료만 먹는 친구도 있다. 맛있고, 포만감도 있고 살도 잘 빠진다. 당이나 칼로리 높은 음식을 즐겨 먹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식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당 식품이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부분은 단편적이며 장기간 섭취할 경우 인슐린 저항성과 식욕을 높여 오히려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인공감미료를 오랫동안 섭취하면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상승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인공감미료에는 당분이 없지만 단맛 자체가 인슐린 분비를 자극시켜 혈당을 높일 수 있다.
오범조 서울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로 식품은 인공감미료를 사용해 몸에 흡수되는 당 수치를 낮췄지만 단맛 자체는 강해서 오히려 식욕을 당기게 할 수 있다”며 “결국 많이 먹게 되면 도리어 살이 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칼로리가 적은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설사나 변비 등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인공감미료 장기간 섭취에 따른 신체적 영향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오 교수는 “아이들이 즐겨 먹지만 살찌는 음식인 탕후루, 케익, 아이스크림 등을 건강을 생각해 인공감미료 식품으로 대체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좋은 대체 방안이 아니다”라며 “덜 달게 먹고 건강하게 먹는 적절한 식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당 섭취를 제한하는 저당 다이어트를 하면서 탄수화물의 섭취도 극단적으로 줄이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두뇌 회전 능력을 떨어트려 청소년들의 학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오 교수는 “탄수화물(또는 포도당)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에 비해 섭취에 제한을 둔 사람은 두뇌 회전이 느려져 간단한 계산마저 실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뇌세포가 필요로 하는 당분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극단적 식이 제한은 단기간 하면 체중 감소 효과를 볼 순 있지만 영양 불균형, 지속 가능성 등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 메사추세츠종합병원의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를 넣어 달게 만든 가공식품을 자주 먹으면 우울증 위험이 50%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공감미료 등 초가공식품은 만성 염증과 관련이 있으며,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잠재적인 건강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