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실상 확정됐다. 2030세계엑스포 유치의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가 월드컵 개최 티켓을 거머쥐면서, 부산엑스포에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본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아시아(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월드컵이 2034년 개최될 것”이라는 게시글을 지난 31일 올렸다. 당초 2034년 월드컵 개최를 두고 사우디는 호주·인도네시아와 경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18일 사우디 지지를 선언했고, 호주 역시 지난달 31일 월드컵 유치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인판티노 회장이 사우디를 2034 월드컵 개최국으로 사실상 공식 선언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월드컵 개최를 따낸 만큼 엑스포 유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대규모 국제 행사는 연이어 개최하지 않거나, 지역을 안배해 개최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월드컵을 유치한 사우디가 2030세계엑스포마저 가져가면 2030년대 주요 국제행사가 모두 특정 국가에 몰리게 된다. BIE 180여개 회원국 투표에서 사우디의 독식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내에서 엑스포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고 있다. 최근 사우디 현지 언론은 월드컵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상당수 사우디 언론들은 월드컵 관련 기사는 빈번히 쏟아낸 반면, 2030엑스포 유치 관련 보도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우디의 불안정한 정세도 부산엑스포 유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갈등으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예멘의 후티 반군이 휴전 약 1년6개월 만에 사우디를 공격하는 등 중동 내 긴장감이 고조되면서다. 사우디의 2030세계엑스포 유치전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아울러 △수차례 불거진 인권 탄압 문제 △엑스포에 대한 시민들의 낮은 유치 열기 △도시 인프라 부족 △사막에 도시가 위치해 기후적으로 불리한 점 등이 사우디의 약점으로 꼽힌다.
2030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특정 국가가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투표제 방식이다.
2030엑스포는 부산을 포함해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총 5개국이 신청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탈락하며 현재 한국, 사우디, 이탈리아의 3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 중 사우디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로 꼽힌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