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비슷” “사고 날 것 같아”…지하철 파업에 퇴근길 혼란

“평소와 비슷” “사고 날 것 같아”…지하철 파업에 퇴근길 혼란

기사승인 2023-11-09 20:38:17
서울교통공사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경고파업에 돌입한 9일 오후 6시 서울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사진=이예솔 기자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으로 퇴근 시간대 지하철 혼잡이 예상됩니다. 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9일 오후 5시45분 서울교통공사가 시민들에게 보낸 안전안내문자 내용이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지난 8일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9~10일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9일 오전 출근 시간대 열차는 100% 정상 운행돼 평소와 같았지만, 87%만 운행된 퇴근 시간대 일부 역들에선 퇴근길 승객이 몰려 열차 지연과 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퇴근길 혼잡도는 역마다 상황이 달랐다. 이날 오후 6시 서울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엔 퇴근하는 인파가 줄지어 길게 늘어섰다. 하지만 평소보다 눈에 띄게 많은 인원은 아니었다. 지하철 계단과 승강장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인천에서 서울 은평구로 출퇴근하는 유지은(27)씨는 “파업한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평소와 사람수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모(65)씨도 “평소보다 지하철이 늦어지거나 혼잡하다고는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한 조모(28)씨는 “지하철 파업이라고 문자가 와서 걱정했지만, 텅텅 비었다”며 “호선별로 붐비는 정도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퇴근 시간대 지하철 인파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SNS에는 ‘압사’ 키워드를 포함한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지금 버스든 지하철이든 타지 마라. 사람들 다 소리 지르고 압사 사고 날 것 같다” “1호선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호선과 3호선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역으로 언급됐다.

이날 오전 출근 시간대와 낮 시간대엔 불편을 느끼는 시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퇴근길 혼잡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승강장에서 만난 김모(33)씨는 “출근 시간대 지하철을 100% 운행한다는 기사를 봐서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라며 “문제는 퇴근길이다. 퇴근 때 버스를 타려고 고민 중인데, 사람들이 오히려 버스로 몰릴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파업 소식을 뒤늦게 알아챈 시민도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쯤 신촌역에서 만난 이선희(38)씨는 “오늘 아침에서야 신도림역에 붙은 파업을 설명하는 포스터와 안내문을 보고 파업하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평소보다 5~6분 정도 늦게 지하철이 왔다”라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합의를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경고파업에 돌입한 9일 오전 11시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평소보다 지하철 운행 간격이 2~3분 더 늘어났다. 사진=이예솔 기자

일부 시민들은 연이은 지하철 시위와 파업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유지은씨는 지하철 파업과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 시위를 언급하며 “시민들은 피로하다. 이번 파업도 정부와 기업이 서로 책임을 피하니까 시민과 근로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촌역에서 만난 대학생 정희주(21)씨는 “생계권이 걸린 문제니, 파업하는 노조의 뜻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지하철은 대부분 시민이 이용하는 수단이니 파업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파업을 진행하는 노조의 입장에 공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김모(80대)씨는 “배차 간격이 늘어나긴 했지만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며 “사정이 있으니까, 파업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입장이 더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직장인 소모(33)씨는 “인력을 감축하는 건 공사의 너무 일방적인 요구 같다. 감축 인원이 너무 많다”며 “지하철 요금 인상 등의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 A(27)씨는 “인원 감축보다는 무임승차나 지하철 요금 조정 등 지하철 운영 적자 원인을 먼저 해결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와 민주노총·한국노총 소속 양대 노조로 구성된 연합교섭단은 지난 8일 인력감축안 등을 두고 막판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인력 감축, 안전 업무 외주화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시와 공사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 미참여자·협력업체 직원 등 총 1만3500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시 직원 124명을 역사 근무 지원 요원으로 투입했다. 또 지하철 대체 수단으로 버스 집중배차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을 1시간씩 연장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쿠키뉴스에 “퇴근길 혼잡도 등을 예상하진 못하고 있지만, 코레일 열차와 함께 운행률 80% 이상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이용 인원이 많은 지하철 2호선에 비상대기열차 총 5대를 추가 투입해 퇴근 시간대 혼잡도를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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