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파두가 극도로 부진한 실적에 따라 가파른 주가 하락세를 보여 논란이다. 이에 실적 부진을 알고도 뻥튀기 상장을 단행했단 의혹과 함께 투자자들이 집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국은 해당 제도 불신에 따라 세칙 개정을 착수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32% 상승한 1만977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단일 거래일 기준으로 보면 높은 상승세를 시현했으나, 공모가인 3만1000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특히 52주 최고가인 4만7100원 대비 58.03% 급감했다.
앞서 파두는 상장 전 지분투자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대어’로 인정받은 기대주였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도 총 1082개 기관이 참여해 36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해 투자자 관심까지 집중됐다
당시 기관투자자의 84.4%가 공모가 상단 혹은 상단 초과 가격을 제시했다. 해외 기관들도 관심을 표해 다수의 연기금, 국부펀드,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파두의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상단인 3만1000원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뒷걸음쳤다.
주가 흐름이 급변한 이유는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파두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액은 3억2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나 감소했다. 아울러 영업손실은 약 148억원에 달해 적자 전환했다. 지난 2분기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해당 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에 그쳤다.
파두는 상장 전 제출한 증권보고서에서 올해 연매출 예상치를 1200억원 수준으로 밝혔다. 1분기에 기록한 매출액이 17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 1000억원이 넘는 수준을 기록해야 예상치에 도달할 수 있다.
또한 지난 7월 중순에 제출한 증권정정신고서와 기업실사 보고서에 ‘동사 사업은 안정적인 수주 현황을 유지하고 있어 영업활동이 악화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보면 극심한 시장 침체에 따라 실적 타격을 입어 상장 당시 밝힌 목표치는 크게 미달될 전망이다. 주가 하락과 함께 투자자 원성까지 불거진 이유다.
파두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지난 2005년에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하고,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현재 영업 실적이 부진해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췄다면, 전문평가기관 기술평가나 상장주선인 추천으로 상장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술평가특례와 성장성특례로 나뉘었다.
결국 매출액이나 이익, 시가총액 등 엄격한 조건이 요구되는 일반 상장과 달리 보다 쉽게 절차가 진행되는 셈이다. 파두의 경우 기술특례를 적용했다. 해당 방식은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중 2곳에 평가를 신청해 모두 BBB 등급 이상을 받고, 이 중 한 곳에서 A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올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해 상장한 다른 기업들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낸다. 지난 17일 기준 스팩 합병 상장사를 제외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32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보이는 기업은 총 17곳이다. 전체의 63% 수준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파두이지만, 에스바이오매딕스(공모가 1만8000원)와 버넥트(공모가 1만6000원)도 각각 58.27%, 49.37%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파두 사태에 따라 해당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다. 성장 가능성을 중점으로 평가했으나, 실적 미달로 제도 자체를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파두와 상장 주관사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주관증권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피해주주 모집에 나섰다.
한누리 측은 “현재 파두는 3분기 매출에 대해서만 해명하고 있는데, 정작 더 문제는 불과 5900만원에 그쳤던 2분기 매출”이라며 “매출 집계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기에 7월 초에는 이미 사실상 제로에 해당하는 이런 충격적인 매출을 적어도 파두는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7월 초순 상장 및 공모절차를 중단하고, 수요예측이나 청약 등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신고인과 인수인(주관증권사) 등에게 손해에 관한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소송 제기가 이뤄질 경우 상장과 관련된 첫 집단소송 사례가 된다.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방안’ 시행을 위해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기술특례상장 유형을 체계·합리화 했다. 이를 위해 신청 트랙과 중점평가요소를 일치시켜 기업 강점에 맞는 상장심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기술력 있는 기업(혁신기술기업)은 혁신기술 트랙, 사업모델이 차별적인 기업은 사업모델 트랙을 활용하도록 개편한다.
주관사 책임성 부여 장치도 강화한다. 최근 3년 이내 상장 주선한 기술특례상장(혁신기술·사업모델) 기업이 조기 부실화되는 경우, 해당 주관사가 추후 기술특례상장 주선 시 풋백옵션 등 추가 조건을 부과한다.
현행 제도는 주관사의 성장성 추천을 통해 상장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한해 풋백옵션 의무를 부여한다. 이를 기술평가 기업의 조기 부실화 사유 발생 시에도 주관사에게 풋백옵션 부여의무를 확대해 적용한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실적 부풀리기를 통한 상장 등 제도 악용 가능성을 방지해 투자자 보호 제도를 한층 강화하는 등 후속조치 완료에 따른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합리적 운용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영업실적 등 공시 강화로 합리적 공모가 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사항은 향후 이해관계자, 시장참여자 의견수렴 및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