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고하저 엔터株, 아티스트·사법 악재에 내년 전망은

올해 상고하저 엔터株, 아티스트·사법 악재에 내년 전망은

상반기 호실적·리오프닝·글로벌 인기에 엔터株 주가 ‘급등’
하반기 사법 리스크·신보 판매량 둔화·오버행 이슈에 ‘하락 전환’
증권가 “내년 엔터주, 신규 모멘텀 기대…팬덤 플랫폼 주목”

기사승인 2023-11-22 06:00:41
그룹 뉴진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K-팝 인기에 힘입어 높은 주가 상승세를 보였던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들이 하반기엔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이는 주요 아티스트들의 신보 판매량 둔화와 더불어 사법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선 엔터주들의 내년 전망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선보일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주인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 오른 19만9200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준 에스엠과 JYP엔터는 각각 1%, 4.55% 상승한 9만1200원, 9만6600원으로 확인됐다. YG엔터의 경우 0.37% 내린 5만3900원을 기록했다.

엔터주들은 올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섹터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를 방증하듯 상반기 엔터주의 주가 흐름은 높은 우상향을 그렸다. 대표적으로 하이브는 지난 6월 장중 52주 최고가인 31만2500원까지 올랐다. JYP 엔터도 7월경에 14만6600원까지 뛰었다. 에스엠과 YG엔터도 상반기에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당시 엔터주의 주가 상승세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성공적인 활약과 더불어 콘서트, 굿즈, 앨범 등의 판매량도 늘었다. 2분기에도 다수 엔터사가 기대치에 부합하거나 웃도는 실적을 냈다. 아울러 K-팝의 글로벌 인기와 코로나 엔데믹에 이후 해외 공연 활성화, 중국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 등 다수 호재도 발생했다. 

그러나 하반기는 상반기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다. 특히 3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 모양새다. 주요 엔터주 4사의 주가를 21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최고가와 비교하면 평균 40% 급락했다. 가장 큰 낙폭을 보인 YG엔터는 고점 대비 44.43% 내려간 수준이다.

주된 원인은 외적 리크스의 대두가 영향을 미쳤다. 우선 하이브는 2대 주주인 넷마블의 오버행 우려에 따른 부담이 주요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오버행이란 주식 시장에서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 과잉 물량 주식을 말한다. 쉽게 말해 보유 지분을 대규모로 매도할 수 있는 대기물량을 뜻한다. 통상 장이 마감된 후 거래하는 블록딜(block deal) 방식으로 처리된다. 

넷마블은 지난 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유 중인 하이브 주식 250만주를 5687억5000만원에 처분했다. 이에 따라 넷마블이 보유한 하이브 지분은 기존 18.08%에서 12.08%로 감소했다. 처분 이유는 인수금융에 따른 대규모 차입금 만기가 다가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넷마블은 지난 2021년 게임업체 스핀엑스 인수 당시 조달한 대규모 인수 금융을 지난 6월 원화 대출로 차환한 바 있다. 재무개선 차원에서 매각한 셈이다.

에스엠은 사법 리스크라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 인수전 경쟁 과정에서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 방해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에스엠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아서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도 하지 않은 의혹도 파악됐다. 카카오의 주요 임직원들이 구속 기소되거나 조사 과정에 포함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외에도 최근 음반 판매량이 부진했던 점도 이유로 꼽힌다. JYP 엔터 소속 아이돌인 스트레이 키즈의 미니 8집은 초동 370만장을 기록했다. 에스엠 소속인 에스파의 경우 미나 4집이 113만장으로 집계됐다. 두 그룹 모두 초동 판매가 전작보다 줄었다. 이에 대해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여력이 감소했고, 콘서트 개최가 정상화로 팬덤 소비가 분산됐기 때문"이라며 "음판 판매 둔화는 단기적인 악재”라고 짚었다.

아울러 중국 팬덤의 앨범 소비 감소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스트레이 키즈 중 가장 중국 팬덤이 강한 ‘현진’향 중국 공구는 Maxident앨범 32만장에서 5 Stars 앨범 41만장, Rock Star 앨범 16만장 으로 감소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공식 수출 데이터만 보더라도 중국향으로 나가는 물량은 최근 들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엔터주들은 오는 2024년에 현 상황을 반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내년부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NH투자증권은 엔터산업이 내년에 음반 판매량 성장세와 회당 공연 규모 상승에 따른 수익 성장세를 선보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희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일본이 아닌 글로벌에서 스타디움급 공연을 시작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미국 내 앨범판매량이 두드러지게 성장한 스트레이 키즈와 TXT의 경우 빠르면 2024년 상반기 중 확대된 공연 규모로 월드투어를 진행할 수 있다”며 “K-팝 음반 판매의 안정적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나 올해 높아진 기저를 고려해 성장률 측면에서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팬덤 플랫폼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팬덤 플랫폼이란 아티스트와 팬 간의 소통 채널이자, 관련 상품(MD, 콘텐츠) 판매가 이뤄지는 온라인 기반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하이브가 운영하는 위버스와 디어유의 버블(구독형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한다.

이 연구원은 “대부분의 K팝 아티스트가 입점 중인 위버스의 경우 올해까지는 사업 확장을 위한 유저 기반을 쌓고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며 “이 덕분에 현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00만명을 상회했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화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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