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은행 통장있으세요?” 야박해진 은행 달력 인심

“저희 은행 통장있으세요?” 야박해진 은행 달력 인심

대다수 은행 지점 1인당 1부로 배부 제한
은행 달력 품귀현상에 중고 거래도 등장
“모바일 사용 늘고, 환경보호 위해 제작 줄여”

기사승인 2023-11-23 06:05:02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올라온 2024년 은행 달력.   중고나라 캡처.

“동네 은행에 달력 얻으러 갔다가 무안해졌습니다. 저에게 ‘저희 은행 통장 있으세요?’라고 물어봐서 없다고 하니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해당 지점에서 달력을 받은 기억이 있어서 찾아간 건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최근 온라인에서 은행 달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글이 늘어나고 있다. 나눠줄 달력이 없는 것은 물론 거래 고객인지 확인하거나 인원수에 따라 제한을 두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은행의 달력 인심이 야박해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은행은 모바일 달력 사용이 늘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제작 물량을 줄여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최근 2024년 달력 배부에 들어갔다. 시중은행들은 매년 달력을 인쇄해 각 지점에서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달력은 1년 내내 사용되는 만큼 은행은 달력을 마케팅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연말이면 달력을 찾으시는 고객이 많다.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특히 많이 찾으시는데 금전운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인 것 같다”며 “다만, 모바일 달력 사용이 늘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종이 달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수년 전부터 배부 물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달력 배부 물량을 줄이면서 은행 지점에서는 1인당 1부로 배부에 제한을 두고 있는 곳이 많다. 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 시중은행 지점에 확인한 결과 대다수 은행이 배부 물량을 제한하고 있었다. 한 시중은행 지점 직원은 “달력 배부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달력 물량이 많지 않아 원하는 만큼 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은행이 달력 배부 물량을 줄인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은 올해 달력을 지난해보다 27만부 더 제작했다. 그럼에도 달력이 품귀현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김경수 씨(37세 회사원, 가명)는 “우리은행의 탁상형 달력을 구하기 위해 지점 3곳을 방문했지만 모두 물량이 없다는 이야기만 했다”며 “벽걸이형 달력만 남아있었고 그것도 1인당 1부로 배부를 제한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우리은행의 달력 품귀 현상은 탁상형 달력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인기 가수 아이유가 탁상형 달력 모델로 등장하면서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영향이다. 반면 아이유가 등장하지 않는 벽걸이형 달력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은행 달력이 귀해지면서 중고 거래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는 은행 달력이 1부에 5000원~2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VIP 전용 달력의 경우 중고 거래 가격이 5만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들 가운데는 은행 달력 인심이 야박하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은행이 이자장사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면서 달력 배부 비용을 아끼고 있다는 불만이다. 실제 국내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44조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은행 관계자는 “달력을 찾는 고객들이 여전히 많고 인쇄 물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과는 관계없다”며 “모바일 달력 사용이 늘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줄여온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에서도 친환경 달력 제작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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