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운영 중인 늘봄학교가 진통을 겪고 있다. 늘봄학교 안에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틈새돌봄 등이 섞여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늘봄학교가 국가책임 공적 돌봄이란 취지에 맞게 흘러가려면 정확한 운영 체계와 보육전담사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2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강성희 의원실 주최로 ‘늘봄학교 긴급 진단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늘봄학교는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돌봄(Educare) 통합서비스를 말한다. 저학년생에게는 기초학력 지원·아침 돌봄·저녁 돌봄 등, 고학년생에게는 AI·코딩 등 양질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보육전담사들은 늘봄학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면 노동 환경과 처우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진 서촌초 초등보육전담사는 “학교 내 보육전담사는 보육 업무에 집중해야 하지만, 교사나 관리자보다 더 많은 책임과 업무량을 부여받고 있다”며 “임금은 최저임금이다. 1교실 1명의 전담사 담임제로 운영하고 있음에도 기본급 외의 담임 수당, 자격증 수당 등 전문성에 맞는 처우 개선 수당 지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담사는 “보육교사 2급이나 유치원 정교사 등 교사 자격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전문 인력이라 자부하고 있다”며 보육전담사의 전문성 인정과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늘봄학교 역할 분담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황수진 인천이음초 교사는 “늘봄학교라는 이름 아래 학교 구성원간 업무 분계가 사라져 분란만 야기시키고 있다”며 “교육적 근거조차 불분명한 각종 틈새돌봄의 시행을 철회하고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의 정확한 운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교사들은 학습을 맡고 돌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라며 “보육전담사가 전문성을 확실히 해서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 그래야 늘봄학교가 새로운 차원에서 교권 확립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사업의 역할과 경계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교사는 “학생들을 위한다면 교육과 돌봄이 서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손재광 방과후강사는 “교육부의 발표를 보면 방과후학교가 늘봄학교 체계 속에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고 형식적이다”고 말했다.
학부모도 아이 교육의 질을 위해선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배수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돌봄을 전담하는 사람을 정한 뒤 돌봄의 가치에 맞는 적정 급여와 휴식, 노동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며 “처우가 개선되면 돌봄의 질도 달라질 것이고 아이들도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늘봄학교 추진 과정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전하기도 했다. 배 활동가는 “늘봄학교의 업무 전담자, 돌봄 공간, 예산,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것 하나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지금처럼 임시인력으로 학생들을 모아놓는 수준으로만 진행한다면 늘봄학교는 파행을 겪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