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상대로 술이나 담배 등을 대신 구매해 준 뒤 수수료 등 대가를 챙기는 이른바 ‘댈구’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21년 발표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술을 대리구매 해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비율은 7.9%였고, 담배를 대리 구매한 청소년들의 비율은 20.8%에 달했다. 지난 23일 X에 직접 ‘댈구’ 요청 글을 올리자 5분도 채 되지 않아 3명에게 연락이 왔다. 두 시간 동안 받은 연락은 총 8건. 한 시간에 4명꼴로 대리 구매를 해주겠다는 답이 왔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범법 행위에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누구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을 판매, 대여, 배포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해선 안 된다. 청소년에게 유해약물을 대리 구매해 제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2021년 3월 경기도 청소년보호법 위반행위 전담 수사팀은 대리 구매에 가담한 판매자 총 12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판매자 A씨는 2020년 7~10월 350회에 걸쳐 술·담배를 청소년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X를 비롯한 각종 SNS에는 술·담배를 구하는 글과, 구해준다는 글이 매일 수십 개씩 업로드되고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네티즌들은 불법 대리 구매 후기를 공유하거나, 술·담배 사진과 함께 (댈구 서비스) 재이용을 다짐하기도 했다. 대부분 대리구매족은 프로필에 나이, 성별 등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고 SNS 계정을 개설했다. 거래할 때도 모바일 메신저 아이디를 남긴 뒤 익명으로 진행했다. 이들은 불법 대리 구매 대가로 1000~6000원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장소를 정해 대면 거래하거나 택배 배송 등 방법도 여러 가지다.
직접 술·담배를 구하기 어려운 청소년 구매자들이 SNS를 통해 불법 대리 구매를 찾는다. 김모(17)군은 “(술이나 담배) 살 방법을 계속 찾다가 친구 추천으로 계속 여기서 구하고 있다”며 “급할 땐 여기만 한 데가 없다”고 말했다. 주변 성인 지인들에게 부탁하거나 직접 구매를 시도하는 것보다 간편하기 때문에 이용을 끊기 어려운 것이다. 술, 담배와 함께 마약도 불법 대리 구매를 통해 거래된다. 김군은 “저는 연초나 전자담배만 구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미성년자여서 못 사는 것들을 다 SNS에서 구한다”며 “전자담배에 액상 대마를 넣어서 팔기도 한다. SNS에서 액상 대마 홍보 글을 보고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하면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댈구 범죄는 단순 불법 대리 구매를 넘어 성범죄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다. 대리구매족 중 일부는 수수료 대신 ‘ㄱㅈ’이나 ‘ㄷㄸ’이라는 은어를 사용하며 유사성행위를 제안했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X에서 ‘댈구’로 연락을 취한 8명 중 3명이 수수료 대신 유사성행위를 요구했다. SNS에서도 ‘댈구해드린다. 속옷이랑 교환 가능’ ‘조건에 전담 댈구 해 줄 사람’ 등의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전문가는 대리 구매를 해주는 사람들의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소비자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청소년 비행을 방조하는 어른들이 문제다. 대행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