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인 제프 위디 “2옵션 받아들이는 것 어렵지 않았다” [KBL]

헌신적인 제프 위디 “2옵션 받아들이는 것 어렵지 않았다” [KBL]

기사승인 2023-11-26 16:47:23
원주 DB의 외국인 선수 제프 위디. 한국농구연맹(KBL)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자존심이 세다. 팀의 중심 자원인 만큼 출전 시간에도 상당히 민감하다. 하지만 제프 위디는 달랐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팀에 보탬이 되는 데만 신경썼다.

원주 DB는 26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안양 정관장과 맞대결에서 97대 80으로 승리했다.

DB는 지난 24일 서울 SK에게 패배하면서 7연승이 좌절됐지만, 연패 위기를 넘기고 14승(2패)을 달성하는 동시에 16경기 만에 전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또한 정관장전 11연패 사슬도 끊어냈다.

DB는 강상재(10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 김영현(12점 5리바운드), 김종규(14점 3리바운드), 이용우(12점 4리바운드), 이션 알바노(11점 8어시스트), 디드릭 로슨(15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 제프 위디(12점 3리바운드 2블록) 등 주요 선수 7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면서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나고 위디는 “우리가 정관장에게 약세를 보였다고 들었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고, 올 시즌 첫 경기도 졌다.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팀이 하나로 뭉쳤다. 또 성장하면서 팀이 이기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고 만족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위디는 지난 2일 개리슨 브룩스의 대체 선수로 DB에 합류했다. 위디는 이스라엘 리그 하포엘 텔 아비브팀과 계약을 맺었으나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으로 이스라엘 농구 리그가 중단되면서 DB로 이적하게 됐다.

위디는 몸이 온전치 않은 데다 시즌 도중 합류한 만큼 아직까지 출전 시간이 길지는 않다. 평균 출전 시간은 올 시즌 12경기에서 9분 남짓이다. 가장 길었던 출전 시간도 지난 21일 수원 KT전에서 기록한 18분49초다.

위디는 “내가 몸이 100%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경기 외적으로도 훈련을 통해서 경기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또 디드릭 로슨이 워낙 잘하고 있어 내가 많이 뛰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훈련을 통해 게임 체력이나 경기 감각을 올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위디가 DB에 합류하면서 과거 2020~2021시즌 고양 오리온(현 고양 소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디드릭 로슨과 약 2년 10개월 만에 재회하게 됐다. 오리온에서는 로슨이 1옵션이었지만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위디는 “로슨과는 경기 외적으로 가족이자 친구다. 또 같은 대학 출신(켄자스 대학교)인 만큼 친하다”면서 “경기 안에서는 내가 보고 있는 시각들을 말해준다. 공격적인 부분과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전해준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로슨에게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한다. 나이 많은 형으로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얘기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위디는 2021년 시즌이 한창이던 도중 오리온에서 기량 미달로 팀을 떠나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리그 진행도 원할치 않던 상황이었다.

위디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코로나19가 시작할 때였다. 격리 과정을 거쳤다.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였다”고 운을 떼면서 “2년 전과 지금 다른 점이라면 한국 농구를 조금 더 이해했다는 것이다. 해외에 있을 때도 경기를 가끔 보기도 했다 시야가 트인 것 같다. 지금 내가 팀(DB)에서 2옵션인 것도 충분히 알고 있다. 내 역할과 팀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옵션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위디는 웃으면서 “팀에 합류한 시점이 늦었고 훌륭한 팀원들이 많다. 기분이 나쁘거나 다운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그는 “내가 맡는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나는 농구 선수로서 나이가 많이 들어가고 있는 상태(1990년생)다. 또 제2의 삶이 있다”면서 “농구 선수를 은퇴하면 코치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다른 부분, 다른 시야에서 보는 농구도 있기 때문에 지금이 좋은 경험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뛰는 동안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진솔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안양=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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