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부산세계엑스포 유치 명운을 가르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세일즈’가 정점을 찍은 가운데, 일본이 부산 지지 방침을 굳혔단 외신 보도가 이어지는 등 한국의 유치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부산이 이탈리아 로마를 제치고 결선에 갈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극적인 ‘역전승’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4일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들과의 교섭 오찬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를 강조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전날에도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기후위기, ‘글로벌 사우스’(북반구의 저위도나 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개발도상국)와 같은 인류가 당면한 도전과제들을 함께 풀어가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이니셔티브는 한국이 짧은 기간 안에 이루어온 발전의 경험과 각 분야 최고의 기술들을 활용해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윤 대통령은 BIE 회원국 참석자들의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는 “부산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며 대화를 이끌었고, BIE 대표단 한명 한명과 개별적으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또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2030부산엑스포에서 다시 뵙길 고대한다”며 우호표를 사로잡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순방 이후 파리 현지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아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국·프랑스과 진행한 정상회담이 BIE 회원국들의 2030부산엑스포 지지세를 끌어올렸다는 전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찰스 3세 의 영국 국왕 즉위 후 첫 국빈 초청이다. 리시 수낵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하는 내용의 ‘다우닝가(街) 합의’도 채택했다.
23일(현지 시각)에는 영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막판 지원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대부분 일정을 182개의 BIE 회원국 대표들을 만나는 데 할애했다. 이재용·정의선·구광모·신동빈 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동참했다. 한 유치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한 덕에 현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라며 “일부는 ‘지금껏 이런 나라가 없었다’며 감탄했다”라고 전했다.
일본의 공식 지지 선언도 부산엑스포 유치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2030세계엑스포를 부산으로 유치하려는 한국 정부를 지지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서 특정 지역 지지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노력해온 점을 고려해 이같은 방침을 굳혔다고 요미우리는 부연했다.
일본은 현재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이 개최지로 확정될 경우 관련 노하우 등을 한국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이례적인 지지 선언이 중국을 비롯한 각국 표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30세계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82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특정 국가가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투표제 방식이다. BIE 182개 회원국 대표단은 ‘1국 1표’ 원칙에 따라 비밀투표를 한다. 투표자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현장 변수도 클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한국시각 29일 새벽에 나올 전망이다.
현재 구도는 한국, 사우디, 이탈리아의 3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 중 사우디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로 꼽힌다. 한국은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면 결선 투표에서는 로마로 분산됐던 지지세가 부산으로 결집하며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호 1번인 부산은 순번에 상징성을 부여해 ‘부산 이즈 넘버원’이라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상태다. 이탈리아 로마는 기호 2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기호 3번이다.당일 유치 후보국들의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은 유치 향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최종 PT에는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발표자로 나설 예정이다. 연사 ‘히든카드’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나승연 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 등이 언급되고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