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경쟁국보다 늦은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119:29’라고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 간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받은 표수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조 전 장관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에 엑스포 유치가 늦게 출발했다’고 한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119:29”라고 적었다.
앞서 김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사우디에 비해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라며 전임 정부를 직격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다해 원팀으로 뛰는 모습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외교’도 치켜세웠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82개 나라의 정상에게 직접 부산 유치를 홍보한 윤석열 대통령의 열정 역시 빛났다”라며 “많은 기업인들 정말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 가면서 국익을 위해 활동해 주신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우디 리야드는 28일(현지 시각)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전체 회원국 중 3분의 2가 넘는 119표를 얻었다. 결선 투표 없이 1위를 거머쥐고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부산은 29표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한국은 경쟁국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든 탓에 당초 열세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정부·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회원국을 일일이 접촉해 설득하며, 사우디를 맹추격하고 있다고 판단해왔다. 1차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표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하면서 이탈리아 로마를 제친 후, 2차 결선에서 사우디를 역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은 종교·지역에 기반해 기본적으로 확보하는 표밭이 없는데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일찍부터 회원국을 포섭한 사우디를 제치기엔 한계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인권 탄압 문제 등 사우디에 부정적인 국제사회 여론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큰 표 차이로 유치에 실패하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29일 유치 실패 소식이 전해진 이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입장문을 통해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 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게 뼈아팠다”며 “정부, 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재도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