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에 손 떼고 달려요”…심야 자율주행버스 첫 운행 [가봤더니]

“핸들에 손 떼고 달려요”…심야 자율주행버스 첫 운행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12-05 12:06:00
지난 4일 오후 11시30분 서울 심야 자율주행버스가 첫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이예솔 기자


한밤중 서울 도심을 달리는 버스. 겉보기엔 기존 시내버스와 다르지 않지만, 올라타면 운전기사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있다. 4일 밤 첫 운행을 시작한 심야 자율주행버스다. 현행법상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운전기사가 탑승해 있지만, 돌발 상황을 제외하곤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다. 버스 앞쪽 큰 모니터엔 버스 밖 9개 센서를 통해 오는 정보들이 나타난다.

이날 첫 운행을 시작한 심야자율주행 버스는 시속 45㎞ 이하 제한속도를 유지했다. 커브를 안정적으로 돌자, 버스 안에서는 “우와” 하는 감탄이 쏟아졌다. 다만 버스정류장이나 신호등 앞에서 여러 번 멈추거나 급정거하는 등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승객들은 자율주행의 시대가 왔다며 환영했다. 동대문역(흥인지문) 정거장에서 탑승한 고현수(16)군은 “서울시 SNS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라며 “자율주행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는데, (승차감이) 일반 버스와 똑같다”며 놀랐다. 함께 온 친구 이수환(18)군도 “급감속·급정거를 한 순간도 있었지만, 홍대 쪽은 교통량과 사람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며 “안정화되면 제일 안전한 게 자율주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탑승한 운전 기사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전방주시를 하고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심야 자율주행버스 내 21개 전 좌석에는 안전벨트가 마련돼 있다. 승객이 탑승하면 버스마다 배치된 특별안전요원이 안전벨트 사용법과 필요성을 설명해준다. 버스 내부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정류장, 운전 속도, 자율 운행 여부를 나타내는 모니터가 있다. 운전자가 돌발 상황 등으로 운전에 개입할 땐 자율주행 ‘ON’ 버튼이 ‘OFF’로 변한다.

승객 대부분은 버스 운행이 매끄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화문역 정거장에서 탑승한 대학생 박모(22)씨는 “살아있을 때 자율주행버스를 타볼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라며 “여기까지 멀쩡하게 온 게 신기하다. 급정거만 제외하면 매끄러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상제(27)씨도 “상용화된 차가 아니고 연구 단계니까 미흡한 점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전기차니까 승차감이 부드럽다. 시민들과 운전자의 의식이 바뀌면 자율주행버스도 안정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탑승 소감을 전했다.

심야 자율주행버스는 기존 시내버스와 동일하게 교통카드를 태그한 후 탑승하면 된다. 승차는 앞에서만, 하차는 뒤쪽 문 앞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은 일반 시내버스와 다르다. 심야 자율주행버스는 당분간은 무료로 운행된다. 서울시는 안정화 과정 거친 뒤, 내년 상반기쯤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요금은 기존 심야버스 요금인 2500원보다 낮게 책정할 계획이다. 또 한 달간 특별안전요원 2명이 탑승해 승객의 승하차를 지원한다.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하면 자리에 마련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사진=이예솔 기자


승객들은 심야 자율주행버스 운행이 심야버스 배차 간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심야 시간대에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박씨는 “심야버스 간격이 10~20분 정도라도 줄어들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아직 운행 버스수가 적어, 당장 영향을 미치긴 어려워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군은 “운행하는 심야 자율주행버스가 2대라서 택시 승차난이나 배차 간격과는 크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심야 자율주행버스 ‘심야A21’은 대학가와 대형 쇼핑몰 등이 밀집해 심야 이동 수요가 많은 합정역~동대문역 구간 중앙버스전용차로 9.8㎞를 오후 11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10분까지 운행한다. 당분간 일반 시내버스와 같은 크기의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 2대를 운행한다. 1대는 합정역, 1대는 동대문역에서 각각 출발해 70분 간격으로 순환한다.

박상욱 자율주행운영팀장은 “급정거 횟수를 줄이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게 목표”라며 “서울시와 시스템 알고리즘을 나누고 개발진과 협력하는 중이다. 계속 향상되는 모습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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