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대학병원 여의사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6일 이은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임상조교수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5명에게 기증했다고 7일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던 중 머리가 아파 화장실에 갔고 구토 후 어지러움을 느꼈다.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 있던 중 행인의 도움으로 근처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 안에서 의식은 있었지만 두통과 구토 증상이 다시 시작됐고, 응급실에서 경련이 일어나 곧바로 의식이 저하됐다. 검사 결과 뇌출혈(지주막하출혈)을 진단 받았다.
이 교수의 보호자는 담당 의사로부터 수술을 해도 예후(경과)가 불량할 수 있다는 소견을 듣고 중환자실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경과가 호전되지 않고 안타깝게도 이 교수는 결국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됐다.
가족들은 장기이식센터에서 면담을 갖고 뇌사자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딸의 뜻을 받들어 생의 끝까지 생사의 기로에 있는 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4일 서울성모병원 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된 이 교수는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이 교수의 부친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 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삼은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장기기증을 힘들게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의 여동생은 “언니는 훌륭한 의료인이자 내 인생의 모토였다”며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가족을 늘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별을 의미하는 ‘스텔라’가 가톨릭 세례명인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8일 오전 6시45분 이뤄진다. 장지는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