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짖는데 하얀 입김…유기견에게 더 추운 겨울

‘멍멍’ 짖는데 하얀 입김…유기견에게 더 추운 겨울

기사승인 2023-12-08 06:05:02
지난 6일 경기 화성시에 자리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 ‘달봉이네’ 야외 견사에 사는 강아지가 이불 위에 웅크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지금은 아직 추운 것도 아니에요. 1월이 문제죠. 영하 7도 이하로 떨어지면 수도가 다 얼어요. 화장실에서 긴 호스 연결해서 물 주고, 물 데워서 샤워시켜야 해요. 보호소는 여름이랑 겨울이 제일 무서워요.”


31년째 유기견과 함께 살고 있는 정모(60)씨는 녹슨 가스레인지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산 속에 위치한 경기 화성시 한 보호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실내에도 냉기가 감돌았다. 방 안에 작은 난로가 있었지만,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문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굵은 빗줄기와 함께 찾아온 추위를 피하려고 수십마리 강아지들이 패딩을 입거나 널브러진 이불과 담요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지난 6일 오후 3시 방문한 ‘달봉이네’는 버림받거나 개농장에서 구조된 유기견 114마리가 살고 있는 민간 보호시설이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된 지난 며칠 동안, 달봉이네도 추위를 피하기 위한 월동 준비에 들어갔다. 이들에게 온기를 주는 것은 연탄난로 세 개와 솜이 터진 이불이 전부다. 실외에 있는 유기견들을 위해 야외 견사 밖으로 비닐을 덮었지만, 추위를 피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6일 경기 화성시에 자리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 ‘달봉이네’ 야외 견사 밖에 비닐을 쳐 추위를 막고자 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추위는 말 못 하는 강아지들에게 더 혹독했다. 반가워서 짖는 강아지들의 입에서 입김이 새어 나왔다. 추위를 견디려는 듯 자꾸 서로에게 기대는 모습이었다. 야외 견사의 차가운 맨바닥엔 이불이 여러 겹 깔려있었다. 정씨는 “옛날 어른들이 개들은 추위 안 탄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라며 “개들도 추위 많이 탄다. 생존 본능으로 견디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 새벽 5시에 눈을 뜨는 정씨는 가장 먼저 연탄을 간다. 겨울 동안 쓰는 연탄은 약 3500장. 연탄 한 장에 850원으로 계산하면 약 300만원 정도다. 정씨는 “월동 준비로 비닐을 설치하는 것도 50만원 이상이 든다”라며 매달 달봉이네 유지에 평균 4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2021년 폭우로 보일러까지 망가진 상태다. 고치려면 수백만원이 드는데 그럴 여유가 없다.

지난 6일 경기 화성시에 자리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 ‘달봉이네’에서 가장 추위를 많이 타는 강아지가 패딩을 입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씨와 강아지들은 씻기 위해 1구짜리 가스레인지에 물을 받아 데워 쓴다. 동물보호단체의 후원을 받거나 위탁을 맡아 보호소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료, 인력 등 모든 게 부족하다. 위탁을 맡긴 뒤 위탁비 15만원을 내기 싫어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정씨는 “나는 천사가 아니다. 월급 1억원을 줘도 아무도 못할 것”이라며 “나 같은 놈이라도 있어야 이놈들이 살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정부가 사설 보호소의 실태 파악을 한 뒤 복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유기 동물을 보호하는 역할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왔다”며 “지원하려면 먼저 기준이 있어야 한다. 후원 보호소 기준을 만들고 신고를 받은 뒤 정부 법 테두리 안으로 사설 보호소들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민들에게 보호 시설 홍보 및 후원 유도와 시설 개선 지원 등 복지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