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직구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성비와 빠른 배송 등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기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는 물론 패션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을 대상으로 한 해외직구는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해외직구액은 4조79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4%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2조2217억원으로 전체 직구액 중 절반 가까이(46.4%) 차지했다. 이어 미국이 1조3928억7900만원(29.1%) 순이었다.
올해 국내 직구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올해 1∼3분기 중국발 직구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비해 무려 106% 증가했다. 최대 경쟁국인 미국이 9.7% 감소한 것에 비해 두드러진 신장세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국내 직구시장 1위 국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직구 시장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입 공세 속에 변화의 흐름을 맞고 있다.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한국 현지 물류센터 설립을 고려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한국기업의 지식재산권(IP) 보호와 소비자 권익을 위해 3년간 100억원을 투자하며 가품 근절을 뿌리뽑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또다른 온라인 쇼핑몰 테무도 빠른 속도로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테무의 경우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300만건을 넘어서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성장세는 국내 패션 업계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소비자들은 고물가 부담에 상대적으로 가성비를 갖춘 중국 플랫폼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발 패션·의류 구매액은 전체 해외직구액의 26%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급증,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중국 플랫폼의 시장 확장은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
패션 플랫폼은 당장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 확장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있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성장세도 무서운 건 사실”이라며 “소비자가 늘어나면 품목에도 변화가 생길 텐데 멀리 보면 브랜드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해 보이긴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없어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실제 중국 플랫폼이 마케팅에 엄청 투자를 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가격이 아닌 타겟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현재 중국의 주요 고객층은 40~50대 남성인 반면 국내 패션 플랫폼은 10~30대 여성이 주요 고객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패션 플랫폼은 추천 기능이나 유저의 편의성을 강조한다면 중국 시장은 최저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중국과 국내 패션 플랫폼이 가져가는 방향이 달라 위협하는 상황까진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