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픈런’ 대신 ‘마감런’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불경기와 고물가로 마감 시간 할인을 노리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이른 시간부터 구매를 노리는 오픈런과 달리, 마감런은 마감 시간을 노려 구매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엔 유통기한에 가까워진 상품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고물가 영향으로 마감 시간대 할인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7일 편의점 GS25가 마감 할인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현재 이마트24, CU, 세븐일레븐을 포함한 편의점 4사 모두 마감 할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15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장모(66)씨는 “폐기 상품이 있으면 싸게 팔아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다”라며 “마감 할인 이용자들이 많아져서 많은 손님들이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식비 절감을 마감 할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마감 시간대에 마트를 찾은 김모(55)씨는 “5인 가구다 보니 식비가 많이 든다”며 “(마감 할인 때 식품을 구매하면) 가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자취생들에게도 마감 할인은 단비 같은 존재다. 자취생 A(26)씨는 “편의점 신선 식품 판매대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샤인머스캣을 50% 할인하고 있길래 구매했다”며 “과일은 혼자 살면서 사 먹기엔 너무 비싸서 할인할 때를 찾아서 먹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마감 할인으로 폐기 상품이 줄어들면 비용 면에도, 환경에도 좋다. 편의점을 운영 중인 장씨는 “폐기 상품이 나오면 매장도 손해”라며 “날마다 판매량이 달라서 폐기가 안 나오기 어렵다. 마감 할인 서비스가 자리 잡아서 폐기 비용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감 시간대에 빵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묶은 빵을 종종 구매하는 직장인 차모(26)씨는 “팔리지 않으면 버려질 빵이라 착한 소비라고 생각한다”라며 “음식물 쓰레기 폐기로 환경오염을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트에서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면 신선 식품은 인기 상품으로 떠오른다. 마트에서 직접 포장하는 식품들은 당일 판매가 원칙이라 안 팔리면 폐기 처리되기 때문에 할인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방문한 한 대형마트에선 오후 8시가 가까워지자 신선 식품 판매대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8시 30% 정도였던 할인율은 오후 9시가 지나자 10% 더 올랐다. 이날 한 손님은 마감 할인을 45% 받아서 3만9000원짜리 육류를 2만1000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직장인 장명규(32)씨는 “마감 할인이 자취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며 “보통 회나 고기를 사는 편이다. 오후 9시쯤 넘어서 오면 다 팔리고 없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라벨프린터를 손에 든 마트 관계자는 수시로 식품들의 재고를 파악하고 가격이 적힌 라벨을 여러 번 덧붙였다. 상품군이나 재고에 따라 매일 할인율이 달라진다. 관계자는 “물량, 개수, 육류, 생선류에 따라 할인율이나 할인 시간이 달라진다”라며 “더 할인해서라도 판매하는 게 낫다. 폐기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마감 할인 소비 문화가 본격적인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 가면 마감 시간에 싸게 제품을 살 수 있었다. 문제는 정보가 없으니 원하는 것을 사기 어려웠다는 것”이라며 “앱이 상용화되면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매칭이 원활해지고, 관련 수요도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도 “과거엔 이른바 떨이 상품이 며칠씩 팔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라며 “현재는 소비자가 재고를 파악하고 수요까지 예측할 수 있게 돼 마감 할인 소비 문화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