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4월 총선 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제3지대 세력’과의 연대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창당 계획이 구체화할수록 친명·비명 간 계파 갈등이 거세지는 한편,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욕심은 제1당”…신당 창당 공식화
이 전 대표는 13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내년 총선에서 욕심은 제1당”이라며 신당 창당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큰일 났고 정치 때문에 더 큰일 났다고 절망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드리고 말동무라도 돼드리겠다는 방향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창당 시기는 ‘새해 초’라고 언급했다. 그는 “새해 초에 새 희망과 함께 말하겠다”며 “(창당 진행 단계는) 아직 실무작업 초기 단계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다들 많이 애를 쓰고 계실 것”이라고 밝혔다.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의 ‘3총리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문제의식은 함께 했다”면서도 “세 사람이 함께 모인 적은 없지만, 1대 1로 만난 적은 있는데 행보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다. 얘기한 적이 없는데 ‘함께 하겠다’ 혹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두 분께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과 창당을 앞둔 금태섭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는 게 바람직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여부도 언급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획기적으로 변화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된다면 언제든지 만난다”며 “(단순히) 사진 찍고 단합한 것처럼 보여주는 거라면 그리 의미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 없이는 그냥 아무 말 말고 따라오라는 게 단합이라면 죽은 단합”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이낙연·김부겸 회동 앞두고 “단합과 혁신으로 총선 이겨야”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이 비이재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 사실을 밝히며 부상한 3총리 연대설의 실현 여부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친이낙연계 윤영찬 의원이 속한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 등의 합류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병립형·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내홍이 이 전 대표 신당 창당과 연계돼 격화할 수 있는 탓이다. 준연동형이 유지될 경우 신당에 유리할 수 있는 만큼, 당 지도부는 명분을 내세워 병립형 회귀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이 민주당에 구심점이 될 경우,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친명계를 향한 불출마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속영장 청구 기각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로 다져온 이재명 대표의 당내 입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비명계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험지 출마 요청에도 병립형 선거제 퇴행으로 최고로 안전한 비례로 나갈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꼼수 정치의 페이지마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있다”며 “장제원 의원도 (불출마) 하는데 이 대표와 친명 주요 인사들은 왜 안 하느냐”고 압박했다.
반면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 나와 이 전 대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는 싸우지 않고 이재명 대표와 싸우는 NY리스크”라며 “이 전 대표는 (민심에 반하는) 반심의 호랑이 위에 올라타 버린 듯하다. 이 전 대표의 행보는 시대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정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자신이 대표로 몸담았던 당을 공격하며 그것을 탈당과 창당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참으로 비루하다”며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어떤 게 아니라 당대표까지 했던 이가 자당을 비판하며 전혀 다른 정치 지향을 가진 이들과 손잡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이날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오는 18일 김대중 다큐멘터리 시사회에서 “우리 당은 내년 총선에서 단합과 혁신을 통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주 퇴행을 막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바라는 바라고 저희는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 전 총리의 신당 행보가 민주당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