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여당의 ‘새 구원투수’로 여의도에 전격 입성한다.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구원할 적임자로 낙점됐다. 앞으로 한 장관은 총선 체제와 당 공천관리위원장 및 선거대책위원장 인선 등을 진두지휘하며 당의 명운을 책임진다.
국민의힘은 21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 장관을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10차 전국위원회 소집 요구안을 내일(22일) 공고하고 26일 화요일 오전 10시에 비대면 ARS(자동응답시스템) 투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장관을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비대위 체제 전환 후 7일 만의 지명이다.
윤 권한대행은 “지금 국민의힘을 이끌 비대위원장은 민생과 국가 미래를 결정지을 내년 총선을 이끌 막중한 책임이 있는 만큼 인선 기준이 중요하다”며 “변화와 쇄신, 미래를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고 당 혁신을 넘어 국회 개혁 등 정치 문화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 장관은 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로는 △높은 인지도 △의견 수렴과정에서 입증된 당내외 지지 기반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 △청년·중도층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점 △보수층을 재결집할 수 있는 역량 등을 들었다.
당 지도부는 전국위원회 소집 공고를 내고, 오는 26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비대위원 인선까지 마치고 연내 비대위를 공식 출범시킬 방침이다.
다만 한 장관이 여당의 최대 혁신 과제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기류도 포착된다. 검사 시절부터 형성된 ‘윤 대통령의 심복’ 이미지가 지지층 확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전권을 휘두르려 한다는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 경험이 부재한 한 장관이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장관이 ‘공천 파동’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비대위’ 출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 경로당에서 ‘경로당 주5일 점심 제공 정책간담회’를 연 후 기자들과 만나 “축하한다”며 “집권여당 책임자로서 주어진 책임과 임무를 잘 수행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퇴임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을 축하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에 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통합비대위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명계 모임 ‘원칙과상식’은 이날 입장문에서 “한동훈 비대위는 민주당의 기회” 정치보복의 선봉장, 윤석열 대통령의 칼이 정부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됐으니 사실상 윤석열 비대위다. 이제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 대통령 지지율 안에 갇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민의힘이 쥐고 있던 주도권을 스스로 걷어찼다. 국민의힘은 윤 정부 실정의 가장 큰 책임자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며 혁신 포기를 선언했다”며 “기회를 잡는 방법은 통합비대위뿐이다. 국민의힘이 대통령만 보고 한동훈 비대위로 갈 때 우리 민주당은 국민만 보고 통합비대위로 가자. 총선 승리의 길”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