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내년 1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를 재개한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2024년도 예산안에 전장연이 요구해 온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예산 271억원 증액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장연은 이날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2일부터 다시 출근길 지하철 탑승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에 특별교통수단 운영 예산 증액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무산됐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면 우리 의사를 반영해 줄 것인지 국회와 정부에 물었지만 그 대답은 이와 같았다”고 비판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교통약자들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쳐왔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제대로 싸워오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출근길 지하철을 다시 타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 1일 장애인 콜택시 등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예산을 271억원 증액하기로 한 여야 합의안 통과를 촉구하며 증액안이 반영된다면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하고 침묵 시위를 해왔다. 지난 13일부터는 지하철 승강장이 아닌 개찰구 밖 대합실로 시위 장소를 변경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2024년도 예산안에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산 증액안이 반영되지 않았기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저희도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유진우 전장연 활동가도 “저희 권리가 이동권만이라도 확실히 보장되도록, 안전하고 편리하게 누구나 이동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656조6000억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관련 예산은 9억7500만원이 증액되는 데 그쳤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