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씨가 사망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남 일 같지 않다”며 과거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안타까운 비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전날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씨가 사망하자 페이스북에 “남 일 같지 않다. 분노가 치민다”고 썼다. 이씨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무리했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과거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역시 부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 법전과 교과서에만 존재한다”며 “짧은 장관 재직 시절 2019년 피의사실공표를 방지하는 공보준칙을 개정하고 시행은 가족 수사 이후로 미루는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과 언론은 불문곡직 나를 비난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조 전 장관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치권은 죽음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조 전 장관은 자중하시길 바란다”며 “조 전 장관은 공직자로서 부당하게 처신했고, 이미 일가족은 법적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도 멸문지화니, 위리안치니 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공론장을 오염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고인이 된 배우마저 자기변명의 아이템으로 소비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왜 이선균씨를 거론한 본인의 SNS 메시지가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지 모르냐”며 “지금 이 순간 가장 슬픈 사람은 유가족이고, 팬분들이다. 조 전 장관은 한 배우의 죽음 앞에, 그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슬픔 앞에 예의를 갖추시길 바란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부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 전 장관, 연예인의 안타까운 비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가슴으로 추모하자”며 “공인이라면 유족들과 그를 사랑했던 국민들이 조용히 추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사안과 상관도 없는 검찰을 끌어들여 본인이 마치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라면서 “상업적 돈벌이를 위해 고인의 사생활을 이용한 가세연(가로세로연구소)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월부터 마약 투약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이씨는 가족과 주변인에게 미안하다며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엔 세 번째 경찰 소환에서 19시간 밤샘 조사를 받은 뒤 이씨는 “너무나 억울하다”는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등에서 이씨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자녀들의 입시 비리 혐의(업무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와 딸 조민씨의 장학금 부정 수수(뇌물수수) 등 혐의로 2019년 12월 기소됐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해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이듬해 1월 추가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3일 입시 비리·딸 장학금 부정 수수 혐의와 감찰 무마 일부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