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제공한 금융권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2금융권들을 중심으로 부실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채권단 400여 곳에 소집 통보를 보냈다.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금융채권단에 보낸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 직접 차입금은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80곳, 총 1조3007억원에 달하며,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1816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조5800억원이다. 태영건설 직접 여신이 5400억원, 태영건설 자체 시행 중인 29개 PF 사업장과 관련된 익스포저는 4조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대출 규모가 큰 곳은 은행권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분기 보고서를 보면 태영건설은 국내 은행권으로부터 장기차입금 4693억원 단기차입금 2250억원 등 총 7243억원을 빌렸다. 단기차입금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대출금을 뜻한다. 장기차입금에는 일반·시설자금 대출과 부동산PF 대출이 포함된다.
다음으로 보험업권이 태영건설에 대출을 많이 제공했으며, 증권사 중에는 KB증권이 412억원의 PF 대출을, 하나증권이 300억원, 한양증권이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각각 대출했다.
저축은행 중에는 애큐온저축은행이 단기차입금 50억원을 제공했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신협중앙회가 PF대출 397억원을, 성남중앙새마을금고가 PF대출과 단기차입금 각각 167억원, 용인중앙새마을금고가 단기차입금 359억원을 빌려줬다.
문제는 실적이 괜찮았던 시중은행과 보험사와 달리 저축은행·상호금융들의 경우 실적이 저조하고 연체율이 상승세다 보니 리스크에 취약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대부분 선순위채권과 보증보험을 낀 대출이다 보니 자금회수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제2금융권은 은행들이 대출해주지 않는 사업장에 대출을 해주는 경향을 띠기 때문에 건설경기 하락에 따른 위험도 상승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또 착공 전 단계인 토지매입 시 이용되는 대출상품인 브리지론 비중이 높다.
다만 업계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을 실행한 사업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보증도 확실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신협 관계자는 “신협중앙회를 비롯한 단위 신협들과 관련된 태영건설 프로젝트들에서 이자가 대부분 정상 납입되고 있어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으며,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도 “단위금고는 한 채무자에 50억까지만 대출을 해 줄 수 있다”며 “태영건설에 나간 돈은 금고 공동대출로 용인중앙새마을금고가 대표로 태영건설 공시에 표기됐고 확인 결과 HUG에서 보증을 받는 등 채권 회수를 위한 조치는 다 돼 있다”고 말했다.
단기차입금을 제공한 애큐온저축은행에서도 문제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애큐온저축은행 관계자는 “단기차입금은 회사 사옥 담보 대출이라서 채권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순위 정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핵심은 태영건설 이후의 ‘추가 파동’이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제2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각각 △보험사 43조3000억원 △캐피탈사 24조원 △저축은행 9조8000억원 △증권사 6조3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상호금융 등 나머지 제2금융권 잔액을 더하면 제2금융권에서만 100조원에 육박하는 잔액이 PF 명목으로 건설사에 흘러들어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에 내준 대출 자체는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 대부분이다 보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금융권의 중론”이라면서도 “다만 올해 초 새마을금고 사태처럼 태영 사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자금 흐름이 경색되는 상황은 문제가 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자금흐름이 막힌 건설사들이 연쇄적으로 워크아웃, 혹은 부도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금융사들이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F(Finance)4’는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경제금융 정책 현안들을 점검했다.
대표적인 방안이 운용중인 채안펀드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것이다. 채안펀드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에 투자함으로써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83개 회사가 참여해 만들어졌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건설사 발행 회사채·CP 매입과 건설사 보증 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단기자금 성격의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일 태영건설과 관련된 시장의 자금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PF 사업장과 건설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설업 종합지원 대책’을 4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