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동정론 ‘솔솔’…총선·재판·이낙연 신당에도 여파?

이재명 동정론 ‘솔솔’…총선·재판·이낙연 신당에도 여파?

총선 판세 영향에 정치권 촉각
이낙연 신당 시기 조절 불가피
내주 위증교사 재판 등 지연될듯

기사승인 2024-01-04 06:00:03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1야당 대표 피습 사태가 총선을 뒤흔들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론 지형이 국민의힘엔 불리하게, 민주당엔 유리하게 변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현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A씨로부터 습격당했다. 이 대표는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한 뒤 쓰러졌다. 이 대표를 피습한 A씨는 현장에서 경호원, 경찰에 체포됐다. 이 대표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은 피의자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정가는 이번 사건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과거 수차례 반복됐던 유사한 사례에서 선거 판도가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5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커터칼 피습’이 일례다. 박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았다가 50대 남성 지충호가 휘두른 문구용 커터칼에 11㎝ 길이의 오른쪽 뺨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의식을 회복한 후 측근들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으며 “대전은요?”라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여론의 반향을 이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은 퇴원 뒤 곧바로 대전 선거 지원에 돌입했고, 당시 열세였던 한나라당 판세를 뒤집었다.

이번 이 대표 피습 사태도 민주당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외부에서는 동정론, 당 내부에서는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피의자가 보수 당원일 경우, 야권 지지층이 강하게 결속하면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향후 상황에 따라 ‘증오정치 청산’이라는 여론이 커지면서, 중도층마저 이 대표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관련된 재판과 수사에도 줄줄이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세 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당장 오는 8일 위증교사 혐의(2018년 기소된 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2019년 재판 증인에 거짓말을 시킨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판기일에 피고인은 반드시 출석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대표 출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는 9일과 12일에는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관련 배임·뇌물 혐의 사건의 각각 11차·12차 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오는 19일에는 선거법 위반 혐의(대선후보였던 2021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한 혐의)에 대한 17차 공판도 잡혀 있다. 재판 진행 일정이 지연될 경우, 4월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선고되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민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분당 움직임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주 중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이 대표 피습 사건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대표와 각을 세우며 탈당 의사를 내비치던 당내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도 공개 일정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당분간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추진과 비명계의 동력이 떨어지자, 당내에서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냉정하게 이제 정치 상황을 우리가 한번 볼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 안에서도 공존을 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총선 승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느냐 차분하게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도 회복 후 ‘통합’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은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 컨벤션 효과가 다소 빛을 바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의 퇴원까지 최소 1~2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민주당이 여론의 주목도를 장악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위원장은 2일 DCC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야당의 대표가 백주대낮에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마치 제가 피습 당했을 때처럼 생각해 달라. 그것이 수준 높은 정당, 수준 높은 시민들이 동료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 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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