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장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몸살을 겪던 증권사들이 새해를 맞아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올해 증권사 조직개편의 화두는 PF 관련 부실에 대비한 투자은행(IB) 관리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자산관리(WM) 경쟁력 강화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는 이달 초 들어 조직개편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올해 조직개편은 지난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리테일(소매금융)에 치중됐던 것과 달리 IB부문 효율성 제고·WM 강화 위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이들은 조직효율화를 통한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 5사업부 1실 1사업담당 20부문이던 조직구조를 1사업부 1실 18부문으로 변경했다.
IB사업부는 IB1, IB2로 재편하고, IB2 사업부의 부동산 7개 본부는 IB2 부문 내 4개 본부로 간소화했다. 아울러 사업부 체제 변경에 따라 글로벌사업부는 독립시킨 후 자기자본투자(PI)부문을 신설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형 기업공개(IPO) 영업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IB1본부 산하에 IPO 1담당을 신설했다. IB그룹 내에서 IPO를 담당하는 최신호 IB1본부장을 제외하고 IB2~4본부의 본부장도 모두 새로 발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IB2본부장에 김성열 커버리지1담당을 선임하고, IB3본부장은 유명환 기업금융담당, IB4본부장은 정진곤 M&A·인수금융2부 부서장을 새로 기용했다.
하나증권도 IB부문의 균형 성장과 수익 정상화를 위해 IB1부문과 2부문을 신설했다. IB1부문은 전통적인 IB 강화를 목적으로 조직 확대에 나섰다. 더불어 주식발행시장(ECM)본부 등을 신설해 수익성 증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IB2부문은 부동산금융 조직 정비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해 조직을 재편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IB부문에서 기존 프로젝트금융본부를 인프라투자 전문조직으로 재편하기 위해 인프라투자본부로 변경했다. 실물자산투자본부 산하에는 부동산PE부를 신설했다. 부동산금융 전문역량을 활용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수금융부문의 해외비즈니스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IB1사업부 직속이었던 홍콩·뉴욕·런던 IB1데스크를 투자금융본부 산하로 편제했다.
WM부문 강화에 주력한 증권사도 있다. 통상 WM은 증권사가 고객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이를 운영해 수수료를 수취하는 방식을 말한다. 올해 주요 증권사 대표들의 신년사에서도 WM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이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이 꼽힌다. KB증권은 고객솔루션총괄본부를 신설하고 예하에 자산관리(WM)관련 고객전략, 금융상품, 투자서비스 조직을 통합 편제했다.
다음으로 중장기 성장 전략과 연계한 주요 Biz 추진 조직을 신규로 만들었다. 기업금융 Biz에 대한 시장 지위를 공고화하기 위해 M&A, 인수금융 Biz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신디케이션 관련 본부를 신설했다. 아울러 플랫폼총괄본부를 디지털사업총괄본부로 확대했다.
또한 KB증권은 새로운 3년의 성장 계획을 담은 ‘2026년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올해의 경우 이를 실천하는 첫해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는 “핵심(Super Core) Biz인 WM, IB, S&T Biz의 성장전략을 더욱 가속화하고,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통해 전사 수익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이제 PF관련 부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다 보니 IB 쪽에서는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을 신경 쓰면서 확장보다는 관리 모드로 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전통적인 기업금융을 강화하면서 수익권을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특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총선 전후로 자본시장에 친화적인 부분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같이 이런 부분을 예상하고 겨냥해서 WM이나 리테일 부문에 힘을 주는 인사나 조직개편을 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