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피의자의 당적을 놓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원으로 확인될 경우, 야당 내 분열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현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김모(66)씨로부터 습격당했다. 이 대표는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한 뒤 쓰러졌다. 이 대표를 피습한 김씨는 현장에서 경호원, 경찰에 체포됐다. 김씨는 2일 체포된 직후 경찰 조사에서 “보수정당에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다 지난해 민주당에 가입했다. 이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23년 4월 민주당에 입당한 뒤 1년여 동안 이 대표의 동선을 따라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13일 이 대표의 부산 일정에서도 목격됐다. 경찰은 김씨가 민주당에 입당하기 전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탈당한 동명 인물이 있으나, 인적 사항이 분명치 않아 당적상 인물과 피의자 김씨가 동일 인물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국민의힘은 수사 당국의 노력에 적극 협력하기 위해 피의자의 당적을 확인해 줬다. 국민의힘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든 수사기관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이라며 “참고로 현재 피의자는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하지 않고 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역시 “마치 사실인 양 정치적으로 왜곡하여 국민의힘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것은 지양할 일로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씨의 신분·범행 동기에 따라 정치적 유불리가 갈릴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원 소속이라면, 본인 지지정당의 당 대표를 공격한 초유의 사태 아닌가. 범행 배경에 당 내분 상황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특히 비명계를 지지했다면 당내에서 비명계에 대한 압박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명(친이재명)·반명(반이재명)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를 기준으로 나뉜 민주당 내 내분이 확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번 피습 사태를 놓고 표면적으로는 동정 여론·지지세력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물 밑에선 ‘이재명 리더십’ 붕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라며 “특히 피의자가 민주당원으로 밝혀질 경우,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이 확인되는 지표인 만큼 현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있다”라고 조심스레 전했다.
현재 민주당 분당 움직임에는 일시 제동이 걸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주 중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이 대표 피습 사건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대표와 각을 세우며 탈당 의사를 내비치던 당내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도 공개 일정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다만 비명계의 움직임에 큰 변화 흐름은 없을 거란 게 중론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내 비주류 모임 ‘원칙과상식’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상태가 호전되면 퇴원 전에라도 ‘최후통첩’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총선의 시계는 계속 굴러가고 있고 원칙과상식의 시계도 있다”라며 “(이 대표가) 위독하면 미룰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칙과상식의 시간표를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출마부터 선택지가 네 가지(잔류·탈당·총선 불출마·신당 합류)가 있는데 이 네 가지 선택지 중 하나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