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입시업체의 ‘일타강사’ 사설 모의고사와 흡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지문이 비슷한 시기 제작된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연합뉴스, 교육계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그해 나온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 문제집과 이듬해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 들어간 경위 등을 감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문은 미국 법학자이자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이 지난 2020년 출간한 저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했다. 이 책은 당시 국내에선 출간되지 않았다.
수능 직후 입시 커뮤니티 등에선 이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똑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슷한 지문을 미리 읽어 본 수험생에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접수한 이의 신청에서도 660여건 가운데 100여건이 영어 23번 문항에 집중됐다. 하지만 당시 평가원은 해당 문항이 이의신청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문항이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 동일한 출처의 지문을 활용하고 있지만, 지문 출처만 동일할 뿐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똑같은 지문이 EBS 수능 교재 초안에 실린 것이다. EBS 수능 교재 감수 과정에서 평가원이 수능에 나왔던 지문임을 확인하고 2023년 1월 발간한 최종본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문이 비슷한 시기 수능과 일타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에 이어 EBS 교재까지 동시에 실리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지문으로 모의고사를 만든 강사는 현직 고교 교사들에게 금전을 지급하고 사들인 문항으로 교재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앞서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 신고 센터’에 해당 강사와 같은 제보가 들어와 해당 강사와 현직 교사 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해당 강사와 교사들에겐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