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고 싶어요”…재회 상담 찾는 청년들

“다시 만나고 싶어요”…재회 상담 찾는 청년들

기사승인 2024-01-11 14:00:07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재회 상담’이 최근 청년들에게 인기다. 재회하는 방법을 상담해주거나 재회를 돕는 부적까지 판매하는 등 재회를 바라는 청년들의 간절함이 소비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당신의 현재 재회 확률은 20%입니다.” 지난 4일 재능거래 플랫폼에서 이별·재회 전문 상담사에게 직접 상담 후 진단받은 재회 확률이다. 가격은 1시간에 약 2만원. 스스로를 ‘이별 전문 상담사’라고 소개한 A씨는 양식을 보내주면서 만남과 이별 과정에 관해 물었다. 이별하게 된 원인이나 각자 성격에 따라 상담사가 말해주는 솔루션은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이날 만난 상담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내용의 연락을 보내면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재회 상담은 청년들에게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SNS에 ‘재회 상담’을 검색하면 게시글이 3만개 이상 나온다. ‘재회 상담 잘하는 곳’을 검색해도 게시글 1000개 이상이 뜬다. 자신의 상담 후기를 올리거나, 상담소를 추천하는 글도 많다. 한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재회 상담 홍보 글과 추천 글만 5만 개 이상이다. 재회 상담과 함께 재회 부적을 찾는 이들도 많다. 한 쇼핑 사이트에선 1000원부터 약 35만원까지 다양한 종류의 재회 부적이 판매되고 있다.

한 연애 상담 업체 사이트에 올라온 재회 상담 절차.


헤어진 연인과 재회를 도와준다며 재회 상담을 홍보하는 업체도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재회 상담 업체는 홈페이지에 ‘국내 최초 연애심리전문가’ ‘20년 비법’ 10년 노하우‘ 등의 문구로 홍보하고 있었다. 가격대는 5000원부터 300만원까지 다양했다. 재회를 위한 역할 대행이나 상황 연출 등 서비스를 추가하면 금액이 높아진다. 여기에 상담 후 일정 기간 동안 심층 피드백을 받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300만원까지 금액이 치솟는다. 재회를 위해 무속인을 찾아가 재회굿을 하거나 재회치성, 재회기도 등을 받기도 한다. 한 무속인은 홍보 포스터에 ‘3000건의 재회 성공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재회 상담 서비스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한 쇼핑사이트에서 구매 건수가 가장 높은 재회 상담 상품은 리뷰만 1200개가 넘고, 1000개 이상의 평점이 최고점이었다. 한 이용자는 “이별 후 허한 마음이 치유된 것 같다”며 “재회하는 날까지 솔루션대로 진행하겠다”고 후기에 적었다.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이별 후 지인에게 재회 상담을 권유받았다는 직장인 이모(26)씨는 “재회 상담이 재회 타로나 재회 주파수랑 비슷한 건 줄 알았는데, 가격이 비싸서 이용하지 못했다”며 “상담사들이 심리학을 전공했는지, 정말 전문가인지 알 수 없는데도 가격대가 너무 높다”고 말했다.

“재회 상담, 과학적 근거 없는 미신일 뿐”

이씨의 말처럼 재회 상담 서비스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재회 상담 업체 홈페이지에선 경력 사항과 자격증 등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재회할 확률이나 솔루션에 기준이나 근거 역시 제시하지 않는다. 대출까지 받아서 재회 부적을 샀다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SNS에 “‘100% 효과’ ‘무조건 된다’고 했는데, 오히려 사이가 더 안 좋아지고 결국엔 연락이 끊어졌다”고 적기도 했다.

전문가는 심리 불안을 이용하는 비전문가들의 상담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연애 상담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사기에 가깝다”며 “전문가라는 것을 검증할 수 있는 논문이나 경력 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가일수록 ‘색다른 게 있지 않을까’ 하며 현혹될 수 있다”면서 “점처럼 미신적인 요소다. 전혀 전문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개인과 사회에 불안이 높아져서 재회 상담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 교수는 “연애도 본인이 안정돼야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며 “힘들다 보니 새로운 사람 만날 환경이 안 좋아졌다. 이 같은 불안을 노린 고가의 재회 상담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