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복제 논란…“비용은 1억원, A/S도 됩니다”

반려견 복제 논란…“비용은 1억원, A/S도 됩니다”

기사승인 2024-01-11 11:00:02
지난 1일 공개한 영상에서 유튜버 사모예드 티코는 1년 전 사고로 죽은 반려견의 체세포를 복제해 현재 3개월 차 두 마리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

최근 한 유튜버가 반려견 복제 소식을 알리며 동물 복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반려견 복제 업체가 ‘납품, 회수, 재복제’ 등 생명을 도구화하는 단어를 사용해 동물의 희생을 정당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려 목적의 동물 복제는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 실험이 아니란 것이 전문가의 평가다.

2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사모예드 티코는 지난 1일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는 1년 전 사고로 죽은 반려견 체세포를 복제해 현재 3개월 차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사연이 담겼다. 사모예드 티코는 “반려견 복제는 아직 한국에서 생소하지만, 저로 인해 누군가는 복제를 알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펫로스(반려동물 사망으로 겪는 정신적 고통)를 극복하길 바란다”며 반려견 복제 비용과 사이트 정보도 함께 제공했다. 유튜버가 밝힌 정보에 따르면 복제 비용은 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사이다. 복제를 의뢰했다는 업체는 현재 트래픽 초과로 잠시 문을 닫은 상태다.

해당 영상 속 복제견을 두고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복제를 위해 또 다른 동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복제견 영상의 댓글에는 “이별하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좋아보여요”, “혼자만 알고 있지 동물 학대에 내 강아지만 소중한 게 뭐가 자랑이라고”, “가족을 어떻게 복제할 수 있나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여요”,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리워하는 것까지 사랑입니다. 법으로 금지해주세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동물 복제를 하려면 다른 동물의 희생이 필요하다. 복제할 반려견 외에 난자를 제공할 다른 개와 대리모 역할을 할 개가 있어야 한다. 복제는 복제를 원하는 반려견의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해 수정란을 만들고, 이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아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대리모에 여러 개의 수정란을 착상해야 한다. 실패해도 난자 제공·대리모 역할을 하는 개들을 계속 희생해 성공할 때까지 진행하는 구조다.

이 같은 반응에 사모예드 티코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복제 과정에서 10마리 이상의 개들이 죽거나 버려지지 않았다”며 자신의 반려견 복제에 사망한 개는 한 마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제 비용이 고액이기에 반려견 복제가 유행할 수도 없고, 유튜브를 위한 투자도 아니라며 해명했다. 그는 “복제견 관련 정보가 와전되어 퍼지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에 현 논란에 대한 질의응답을 만들어 업로드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개인의 반려동물을 생산하기 위한 복제는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 대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에 따르면 동물실험은 불가피성과 당위성이 입증됐을 때 동물실험이 가능하다는 원칙 하에 제한적으로 동물실험을 승인하고 있다”며 “동물 복제 역시 동물실험에 속하기에, 개인의 반려동물 생산을 목적으로 실험을 승인했다면 실험‧생명윤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유튜버가 복제를 진행했다고 밝힌 업체의 Q&A

강아지를 ‘납품’하고 ‘회수’…인형된 반려동물

반려견 복제 업체 홈페이지에 담긴 생명윤리를 간과하는 내용 역시 논란이 됐다. 해당 업체는 홈페이지 Q&A 답변을 통해 “복제로 태어난 강아지가 고객에게 납품되었을 때,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고객 의사에 따라 회수 여부를 결정하고 재복제를 진행한다”고 적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은 ‘납품’, ‘회수’, ‘재복제’ 같은 단어가 반려동물을 인형 취급하는 태도라고 지적한다. 7세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김예인(29‧가명)씨는 “복제를 통해 태어난 반려동물이 생김새나 특성이 비슷하다고 해서 나와 나눴던 정을 온전히 기억하는 똑같은 생명은 아니다”라며 “복제로 동물을 힘들게 하지 말고, 정말 사랑했다면 하늘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행복하게 지내도록 잘 보내주고 추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반려견 복제는 불법이 아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복제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에, 민간업체를 통한 동물 복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반려견 복제를 진행한 업체는 동물생산업 및 판매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5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률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려견 복제 업체를 고발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복제를 했든, 어미견이 새끼를 낳았든 모두 생산과 판매에 해당한다”라며 “현재 해당 업체 측에서 따로 연락은 오지 않았다. 자체 조사 내용과 고발 접수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