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표결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권 내에서는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과도한 권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세월호 특조위처럼 뚜렷한 성과 없이 불필요한 정쟁만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국회는 전날(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상정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총 투표수 177표 중 찬성 177표로 의결했다.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수정안은 이태원참사 진상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조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다. 특조위원은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당(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이 4명, 야당이 4명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상임위원은 국회의장과 여당, 야당이 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특조위 의결로 선출한다. 특조위 활동기간은 1년 이내지만 필요시 3개월씩 두 차례 연장 가능하다. 최대 1년 6개월간 활동할 수 있다.
다만 특조위의 특검 요구 권한은 삭제됐고, 시행 시기도 ‘공포 후 3개월 경과한 날’에서 ‘올해 4월 10일’로 수정됐다. 김진표 의장의 중재안을 일부 반영한 결과다.
국민의힘은 특조위의 추가적인 수사가 정쟁만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조위 조사위원 11명 중 7명을 야당과 유가족 단체 등이 추천하게 돼 있어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특조위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압수 수색을 할 수 있고, 동행 명령에, 청문회 실시까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지난달 11일 유가족 지원과 피해자 보상 강화, 희생자 추모 등에 초점을 맞춘 ‘10·29 이태원참사 피해구제 특별법’을 별도로 발의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이태원 참사의 진상 대부분은 드러났다”며 특조위 구성의 편향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특조위 조사로 국론이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조사위원회는 명칭일 뿐 사실은 특별검사 수준의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이라며 “정쟁을 위한 것이 아니고선 재차 원점으로 돌아가 특조위를 구성시키려는 민주당의 저의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태원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이 아니라,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한 ‘이태원 참사 활용법’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날치기 처리한 법안 곳곳에는 우리 헌법 가치를 침해하는 독소조항들이 담겨있다”며 금전적 지원의 대통령령 위임, 광범위한 피해자 규정,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과도한 권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특조위, 사참위 등에서 8년간 9차례 진상조사를 했지만, 새로운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무려 700여억원이 인건비 등으로 지출됐다”며 “이태원 특별법은 최장 1년 6개월간 운동권들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운동권 일자리 특별법’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위한다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재발 방지 조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